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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묻지마태양광'에 벼랑끝에 선 에너지정책.. 정상화 로드맵 가동한다[양철민의 경알못]

원전비중 8.9%p 확대로.. 전기료 인상 억제

전력수요 낮춰잡기도 끝.. 예측량 0.3%p↑

박근혜 정부 때 추진했던 원전 4기 건설은 무산

이념적 에너지 정책→실현가능 정책으로 선회

29일(현지시간)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인 유니퍼가 페터샤겐에 두고 있는 하이덴 무연탄 화력발전소가 재가동하면서 굴뚝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유니퍼는 내년 4월 말까지 이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후 발표한 ‘국내 발전 비중 조정안’은 사실상 ‘재앙’에 가까웠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고 공언하며, 2030년에는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발전 비중을 30.2%로 늘린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2020년 신재생 발전 비중이 6.6%인 것을 감안하면 10년내에 신재생 발전 비중을 5배나 끌어올려야 했다.

문제는 신재생에 취약한 한국의 입지 및 신재생의 태생적 문제인 ‘발전 간헐성’ 때문에 이 같은 신재생 확대안이 ‘몽상적 계획안’이었다는 데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중국 칭화대 등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태양광과 풍력 안정성의 지리적 제약’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신재생 발전 안정성은 분석 대상 42개국 중 42위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꼴찌다.

보고서는 해당 국가의 전기 수요를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모두 메운다는 가정 하에 전력 안정성을 연구했으며, 우리나라는 72.2%에 그쳤다. 반면 세계 최대 영토를 자랑하는 러시아는 전력 안정성이 90.9%를 기록했으며 이어 캐나다(89.8%), 호주(89.5%), 이집트(88.2%), 미국(87.7%), 중국(87.5%) 순이었다. 환경단체들이 미국, 영국, 독일 등을 예시로 들며 주장하는 ‘묻지마 신재생’에 대해 한국의 특수성을 무시한 ‘친환경 근본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 또한 문제다. 태양광의 경우 기후나 시간대에 따른 일조량을 감안하면 실제 설비의 20% 정도만 발전이 가능하다. 실제 올 7월 기준 전력계통망에 연결된 태양광 설비(6359㎿)는 총 741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그친 반면 원전은 태양광 대비 설비 용량이 4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력 생산량이 1만 4260GWh에 달했다. 태양광과 원전의 설비 용량이 같다고 가정할 경우 원전이 태양광의 5배 이상 되는 전력을 생산한 셈이다. ‘전체 발전의 30%를 신재생으로 메우려면 농지를 비롯한 대부분 국토가 태양광으로 덮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괜한 ‘공포 마케팅’ 아닌 이유다.

정부가 지난 30일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기본안은 이 같은 신재생의 문제점 때문에 관련 비중을 크게 줄이는 등 ‘현실적 정책’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이전 정권이 ‘탈원전’에 매몰돼,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수급 계획을 제대로 세우기가 불가능했다. 반면 현 정부는 ‘친원전’을 골자로 삼고 전력수급 포트폴리오를 새로 마련했다. ‘공상과학소설’ 수준이었던 전력수급 계획이 ‘극사실주의’로 변모한 셈이다.

원전 확대로.. 전기료 인상 억제


10차 전력수급계획은 2030년 신재생 비중을 지난해 계획안 대비 8.7%포인트 낮춘 21.5%로 설정했다. 신재생은 발전 간헐성 문제로 대규모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등 막대한 부대비용이 소요된다. 실제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2030·2050 전원 믹스에서 원자력 비중 상향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 계획을 유지할 경우 신재생 발전설비 및 계통망 보강 등에 2030년까지 377조 8000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신재생의 연간 발전 비용도 82조 2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신재생은 전력수요가 높은 ‘전력피크’ 시간대에 기여도가 매우 낮다. 정부는 이번 10차 계획안을 통해 신재생 설비 확대로 관련비중을 2030년에는 71.5GW, 2036년에는 107.4GW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2030년 원전의 설비용량이 31.7GW라는 점에서 2036년 신재생의 설비용량은 원전의 3배 이상인 셈이다. 반면 2036년 신재생의 피크기여도는 10.0%로 원전(22.0%)의 절반에 채 못미친다. 전력피크시간대에 신재생의 단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셈이다.

반면 원전 비중은 높였다. 앞서 NDC 상향안 발표 당시 2030년 원전 비중은 23.9%였지만, 현 정부는 이를 32.8%로 높이기로 했다. 신한울 1·2·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8.4GW)와 원전 12기 계속 운전(10.5GW) 등을 통해 발전 비중 확대가 가능했다.

다만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됐던 천지 1·2호기(각 1.5GW)와 대진 1·2호기(각 1.5GW) 등 총 6GW 규모의 원전 건설 계획은 빠졌다.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부지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데다 주민수용성 등도 크게 낮아져 보상비용 및 보다 복잡해진 관련절차 등에 따른 부대 비용이 더욱 크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발전단가가 LNG나 신재생 대비 3분의 1이 채 되지않는 원전 설비량이 박근혜정부 당시 계획안과 비교시 줄어들며, 탈원전에 따른 국민부담도 늘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조감도.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정부는 2030년 석탄발전 비중도 이전 계획 대비 0.6%포인트 낮춘 21.2%로 설정했다. 정부는 2036년까지 석탄발전 26기(13.7GW)를 폐쇄하고 이를 LNG 발전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NDC 상향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기조를 이전정부대비 강화한 것으로, 기저전원인 원전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대응이 가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가격이 1년새 2배이상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비중은 지난해 말 계획 대비 1.4%포인트 늘어난 20.9%로 설정했다. 정부는 2036년까지 석탄발전의 LNG 전환(13.7GW) 외에 5기(4.3GW)의 신규 LNG 발전소 건설에도 나설 방침이다. LNG 비중 확대 시 전기요금이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간헐성 문제가 큰 신재생 확대 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외에 NDC 상향에 따라 석탄발전을 늘릴 수 없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무탄소(수소+암모니아)’ 발전 비중은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기존 3.6%에서 2.3%로 낮췄다.

정부는 전력수급 문제가 특정시간대에 집중된 전력수요 및 원가대비 낮은 전기요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전기요금 ‘양방향 입찰제’를 도입해 전력요금 정상화에 나서는 한편 보조 서비스 시장 도입 등으로 전력시장 다원화에 나설 방침이다. 전력요금 결정 관련 기구의 독립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탈원전에 따른 분식회계 끝.. 전력수요 예상치 0.3%p↑


정부의 이번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2036년까지 연평균 최대전력수요 증가율을 이전 정부 당시 수립된 계획안 대비 0.3%포인트 증가한 1.4%로 예측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 및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른 ‘전기화’ 영향 등을 반영해 2036년 최대 전력수요를 117.3GW로 설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전 정부의 경우 ‘탈원전’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을 감추기 위해, 앞서 9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시 전력수요 예측치를 일부러 낮게 잡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같은 전력수요 예상치 상향에 대해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라는 이념적 에너지 정책이 ‘실현가능한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현실적 에너지 정책으로 바뀐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번 에너지 수급 계획에 대해 몇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정부는 신재생 보급 확대에 발맞춰 송·변전 설비 보강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력망 구축을 담당하는 한국전력이 올해 30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제 계통망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란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7월 물가상승률이 6.3%를 기록하는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력계통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블랙아웃이 발생한다.

전력수요 조정 방안이 구체화 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정부는 에너지효율 관리제도 강화와 산업 및 건물부문 효율관리 강화 방안 등을 내놓을 것이라 밝혔지만 구체적 시행방안은 아직 검토 중이다. 전력수급 이슈가 갑작스런 전력수요 증폭을 전력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한다는 점에서, 발전소 확대 보다는 전력감축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요 반응(DR·Demand Response) 시장’ 활성화 방안이 훨씬 경제적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획안은 원전 비중 확대라는 뼈대를 기반으로 신재생, LNG, 석탄 등 주요 발전원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이 특징”이라며 “다만 이전 정부의 탈원전 5년으로 추가 원전 수립 계획이 무산되는 등 후세대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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