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후 처음으로 맞는 가을·겨울(FW) 시즌 여성복 트렌드는 한 마디로 '꾸꾸(꾸미고 꾸민)'다. 팬데민 기간 동안 편안함에 치우쳤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스타일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화려한 스타일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3일 "엔데믹 시대 이후 맞이한 이번 가을·겨울 시즌은 패션을 마음껏 즐기는 태도가 반영돼 패셔너블하게 꾸민 패션이 강세"라며 "멋있고 우아한 슈트가 다시 사랑받는 동시에 식지 않는 Y2K 패션 인기 속에서 대담한 컬러와 화려한 소재 역시 적극 활용된다"고 평가했다.
먼저 일상 회복에 따라 출근룩을 대표하는 잘 갖춰 입은 슈트가 부상했다. 이번 시즌 슈트는 정교한 테일러링과 고급스러운 소재, 중성적인 실루엣으로 우아하게 해석되는 것이 특징이다. 더욱 볼륨이 커지고 넉넉한 실루엣으로 진화한 슈트가 주를 이루며, 오버사이즈 핏에 과장된 어깨 라인의 재킷과 루즈한 팬츠가 대세다.
성숙한 여성미를 강조한 스커트 슈트도 눈에 띈다. 남녀 각각의 특징적 요소가 절충된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유동적인 성 정체성) 룩도 등장했다. 과장된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선의 극적인 대비를 보여주는 재킷과 코트가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여유로운 실루엣과 짧은 기장으로 트렌디함을 더한 재킷·와이드 팬츠 착장, 밝은 그레이 컬러와 간결한 디자인이 모던한 느낌을 주는 스커트 슈트 등의 룩을 제안했다.
지난 봄·여름 시즌에 이어 Y2K 패션 트렌드가 파티·클럽 무드까지 더해져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몸매가 드러나 섹시한 무드를 풍기는 크롭 톱, 로우 라이즈 팬츠와 미니 스커트, 개방적이고 파격적인 1990년대를 풍미한 가죽 바이커 재킷과 카고 팬츠가 돌아온 것이다. 에잇세컨즈는 올 FW 시즌에 허리선이 드러나게 연출한 영문 그래픽 티셔츠에 레드 컬러의 로우 라이즈 팬츠를 매치해 눈길을 끌었다.
컬러는 유행을 타지 않는 블랙·화이트·브라운 등 기본적인 색상과 동시에 핑크·레드·옐로우 등 대담하고 생생한 색상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핑크 컬러가 웜톤부터 쿨톤까지 다채롭게 전개되고, 강렬한 핫핑크가 과감하게 활용된다. 생동감 넘치는 레드, 에너제틱한 네온 컬러도 등장한다. 르베이지는 이번 시즌 컬렉션에 선보인 블랙 울 트윌 재킷에 옐로우 색상의 터틀넥을 매치해 과감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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