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가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바닷물의 온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바다는 산업화 이후 인간이 발생시킨 열의 약 90%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25도로 최근 10년 평균보다 2도나 높았다. 지난달에도 서해(26.4도)와 남해(27.2도)의 수온이 최근 10년 평균보다 각각 1.3도, 0.4도 높았다. 반면 동해(25.2도)는 남풍 계열의 영향으로 냉수대가 발생해 평년보다 1도 낮았다. 최근 10년간 서해보다 높았던 동해 수온이 지난달에는 서해보다 1.2도 낮아진 것이다.
힌남노의 북상 경로의 수온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위성 지도에 29~30도까지 나타난다. 한국, 일본 오키나와, 대만의 서태평양 해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올라간 것이다.
힌남노가 오기 전인 6~8월 북서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은 총 9개로 평년(11개)보다 줄었으나 우리나라에는 평년(2.5개)보다 많은 3개가 영향을 미쳤다. 다만 우리나라 주변 고기압성 흐름에 막혀 육지에 상륙하지는 못했다.
문제는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힌남노처럼 상대적으로 고위도(26도)에서 발생하는 태풍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수온 상승으로 수증기가 많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나라를 갈기갈기 할퀴어 놓았던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의 경우 일반적으로 태풍이 발원하는 위도 16도 부근에서 발생했다. 그동안 슈퍼 태풍이 북위 25도 이상에 발원한 사례는 없었다.
한편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농도와 해수면 높이도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에 따르면 대기 속 온실가스 농도는 지난해 414.7ppm으로 전년보다 2.3ppm 높아졌다. 릭 스핀래드 NOAA 국장은 “올해 세계적으로 많은 곳에서 최악의 홍수, 극히 드문 가뭄, 기록적인 폭염이 닥쳤다”며 “기후위기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비영리기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와 글로벌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은 “주요7개국(G7) 전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목표치는 (1850~1900년 산업화 시기에 비해) 섭씨 2.7도 상승에 맞춰진 것으로 계산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장기 목표로 제시한 1.5도 상승치보다 갑절 가까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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