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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미국의 ‘때리기 전략’ 활용하기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이 국제 질서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 때 쓰는 것이 있다. ‘때리기(bashing) 전략’이다. 지금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때리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스로 미국에 두들겨 맞는 형국이 됐다. 개전 초기와 달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절절매고 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강도가 세지면서다. 또한 미국의 경제제재로 러시아는 골병이 들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 가격이 올라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모든 산업이 붕괴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위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간 13조 원을 썼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러시아와 대립하면서 매년 500억 달러(67조 원)씩 20년간 돈을 쓴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중국 때리기는 더 험악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의 무역 보복을 넘어 조 바이든 정부는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 육성법을 제정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쫓아냈고 첨단 반도체 장비와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 그리고 AI용 반도체 수출을 금지해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자르려 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서는 중국의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이에 사용되는 소재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았다. 그래도 중국은 어떻게든 이 문제들을 돌파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개발된 제품들은 중국에서만 사용 가능한 갈라파고스용이 된다.



미국의 러시아와 중국 때리기는 한국 기업에 어려움을 준다. 당장 한국 기업의 수출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예가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최강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일본 때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과의 1985년 플라자 합의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일본 반도체 산업을 약화시켰다. 이 틈을 삼성전자가 파고들었다. 또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우주무기 경쟁을 촉발해 경제적으로 허약했던 구소련을 몰아붙이며 붕괴시켰다. 축소된 형태로 구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경제 회복용 차관을 한국에서 빌렸지만 형편이 어려워져 무기로 대신 갚았다. 이때 러시아의 첨단 무기 지식이 한국에 대거 유입됐다. 이 결과 한국의 방산기업들은 올해 폴란드에 20조 원의 무기 수출을 할 수 있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중국 반도체와 배터리를 중국 내로 묶을 것이다. 어차피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내 입지는 좁아지고 있었다. 대신 다른 시장에서 기회가 올 것이다. 러시아는 전후 한국 기업과 더 많이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을 적성국가로 분류하기는 했지만 철천지원수로 보지 않고 있어서다. 북극항로 개척 시나 전후 복구 시 한국 기업만 한 파트너도 없다. 전쟁으로 유럽이 한국 무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할 것이다. 무기 거래는 국가 간 고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복구 시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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