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인도의 핵심 주인 동부 웨스트벵골에서 치러진 주 의회 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의석의 3분의 2를 야당에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당시 하루 확진자 수가 최대 31만 명을 넘기며 일일 감염자 세계 최다 기록을 갈아 치운 인도 정부의 방역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당시 ‘방역 낙제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인도가 불과 1년여 만에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인도가 10년 안에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인도의 고속 성장을 바라보는 중국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인도 경제의 가파른 성장세는 지표로 확인된다. 7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인도 경제 성장률은 7.4%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3.2%)은 물론 미국(2.3%)이나 중국(3.3%), 유럽연합(2.6%) 등 주요국 전망치보다 2~3배나 높은 수준이다. 올 1분기에는 인도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과거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나라이자 5위 경제국인 영국마저 넘어섰다. 인도 국영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는 최근 인도 GDP 규모가 2027년에는 독일, 2029년에는 일본을 차례로 제치고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제 둔화세가 뚜렷한 가운데 돋보이는 인도의 ‘나 홀로’ 고성장에는 인도가 내수 위주의 ‘단절된 국가’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인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그로 인한 세계적인 고물가 등 대외 변수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게 만드는 요인이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가 구매력평가지수(PPP) 환산 기준으로 이미 세계 3위라는 분석도 있다. 올 4월 7.79%에 달했던 인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71%로 둔화세가 뚜렷하다. 인도 국립공공금융협회 소속인 라디카 판디 연구원은 “인도는 공급 증대 노력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도가 미중 갈등의 상대적인 수혜를 누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전방위 견제에 발목이 묶인 가운데 미국의 중국 견제 ‘카드’가 될 수 있는 인도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도의 입지와 성장세에 중국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인도가 1991년에야 시장을 개방하고 1990년대 이후 중국보다 성장률이 뒤처졌다는 점을 부각하며 노골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인도의 최근 성장세가 ‘기저 효과’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팬데믹 기간에 방역 실패로 인한 경제 타격이 컸던 만큼 반등이 커 보이는 착시 효과라는 것이다. NYT는 “인도 정부가 팬데믹 기간에 막대한 피해를 당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공공투자를 늘리고 채무 감면과 신용보증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최근의 반등은) 팬데믹 동안 인도 경제가 추락한 깊이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인도의 성장세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추락하는 루피화 가치,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부의 쏠림 현상 같은 고질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인도 경제가 나날이 성장해도 정부 원조에 의존해 살아가는 국민이 수억 명에 달하는 점은 경제에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인 수닐 신하는 “경제 회복이 중·상층 이상이 구매하는 사치품에서는 나타나고 있으나 대량 소비가 일어나는 품목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부의 분배가 소득 피라미드의 아래가 아닌 꼭대기로 쏠리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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