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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서거로 시험대 오른 英 '왕실 존치'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이어 새 국왕에 오른 찰스 3세가 9일(현지 시간) 버킹엄궁 밖을 내려다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각국이 추모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 일을 계기로 영국 왕실의 존치 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새 국왕으로 오른 찰스 3세는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에 비해 영국 국민의 신망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아, 각종 구설수에 휩싸인 왕실을 문제 없이 이끌어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참에 정치 체제를 현 입헌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찰스 3세, 여왕이 받은 ‘존경’은 못 물려 받을 것”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로 공화주의자들이 기회를 감지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여왕 서거로 ‘왕정 종식’이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가 꼽은 영국 왕실의 ‘불안 요소’는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다. 1958년 왕세자로 책봉돼 64년 만에 왕위에 오른 찰스 3세는 1997년 파파라치를 피해 달아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본명 다이애나 스펜서)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찰스 3세 ‘등극’으로 왕비가 된 카밀라 왕비는 당시 찰스 왕세자와 외도를 해 ‘국민 불륜녀’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공화주의 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는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가 받았던 존경은 계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가운데) 여왕과 찰스(왼쪽) 왕세자,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1981년 버킹엄궁에서 촬영한 사진. AFP연합뉴스


영국 새 국왕이 된 찰스 3세(왼쪽)와 왕비로 즉위한 카밀라.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영국 왕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찰스 3세뿐 아니라 엘리자베스 2세의 여동생인 마거릿 로즈(2002년 사망)도 불륜을 비롯한 각종 추문에 휩싸인 바 있으며, 남동생인 앤드루 왕자는 미성년자 성매매 스캔들 끝에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손자인 해리 왕자도 왕실 내에서 불화를 겪다 미국으로 ‘출가’를 한 상태다. 왕실이 이렇게 여러 구설수에 휘말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인물이 엘리자베스 2세지만, 찰스 3세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찰스 3세는 왕정 개혁을 통해 왕정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대중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짚었다.

“왕실 비공개 재산만 수십조… 매년 수천억 혈세 지원” 비판도




현재 영국 왕실의 재산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로이터는 영국 왕실의 재산이 2015년 이미 230억파운드(약 37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왕실은 베일에 싸인 채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왕실 유지비’로 매년 3억5000만파운드(약 5600억원)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들은 왕실에서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군주제 폐지론’이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미국 억만장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 미성년자 성매매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영국 앤드루 왕자가 20일(현지 시간) 여왕 허락 하에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15년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포럼에 참석한 앤드루 왕자 모습. AP연합뉴스


영국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왕실에 대한 애정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왕실의 인기가 매우 낮다고 전했다. 실제로 5월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18~24세 영국인 가운데 ‘군주제가 바람직하다’고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년층 74%가 군주제에 찬성한 것과 대조되는 숫자다. NYT는 “영국 젊은 세대들은 왕실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영국 식민지 국가들의 모임인 영국 연방에서도 영국 국왕을 더 이상 ‘국가 원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영 연방 국가인 캐나다의 최근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절반이 ‘엘리자베스 2세 서거 이후 영국 왕실과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호주에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62%가 ‘영국인이 아닌 호주인이 국가 원수가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영국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독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여왕을 섬기지 않게 됐고, 자메이카·바하마·벨리즈 등 다른 이 지역 국가들도 입헌군주제에서 벗어나 공화제를 채택하려 하고 있다. 로이터는 “영 연방 국가인 뉴질랜드 젊은 세대들도 공화제 전환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군주제 유지’ 日 왕·총리, 英 여왕 장례식 참석 검토


영국과 마찬가지로 군주제 틀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도 엘리자베스 2세 서거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아사히 TV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9일 거행될 예정인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에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또 교나루히토 일왕도 장례식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에 대해 "영국 국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큰 손실"이라며 "일본 정부는 영국 왕실과 영국 정부, 영국 국민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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