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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독하다던데" 200만명 앓는 '이 병' 오해가 病 키웠다 [헬시타임]

대한피부과학회, 국민 1000명 대상 무좀 인식조사 결과

증상 발현 후 즉각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 18.8%에 그쳐

88.4%가 ‘무좀약은 독하다’고 응답…전문 치료 인식 부족

대한피부과학회 김유찬 회장이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무좀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피부과학회




무좀 증상이 있는 환자 10명 중 8명은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이란 인식 탓에 약국에서 구입한 약이나 민간요법 등으로도 자체 해결하거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벌어진 현상이다. 무좀약이 "독하다"는 편견도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자칫 증상이 심해져 발가락 괴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5일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좀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흔한 질환인 무좀의 정확한 발병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국민들의 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게 학회 측의 설명이다.

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무좀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217만 8713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무좀 증상이 발현됐을 때 바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18.8%에 불과했다. 나머지 81.2%는 손발톱이 변색되거나 부서지고 발 각질이 심화되는 등의 증상이 있음에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병원을 찾지 않는 숨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이들이 무좀 증상을 앓고 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피부과학회가 공개한 무좀 관련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 사진 제공=대한피부과학회


병원에 가지 않는 이들 중에선 약국에서 약을 구매했다는 응답이 49.9%로 가장 많았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16.7%에 달했다. 그 밖에 온라인 및 SNS를 통해 검색(7.3%)하거나 민간요법으로 치료(7.4%)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특히 20~30대에서 무좀 증상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좀의 전문적인 치료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는 ‘무좀’에 대해 잘못된 오해가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줬다. '무좀'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물었을 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질환’이라는 응답이 79.6%로 가장 많았다. '청결하게 관리만 해도 나을 수 있는 질환이란 응답'은 38%였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걸리기 쉬운 질환이란 응답'도 36%나 됐다. 그 밖에 건강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질환(30.3%), 간접 접촉으로는 전염이 되지 않는 질환(11.7%)이란 응답도 있었다.

약물치료에 대한 편견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8.4%가 ‘무좀약은 독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무좀약의 부작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으로는 '발진, 가려움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가 60.4%로 가장 많았고, '간이 나빠진다(48.5%)', '속이 메스꺼워진다(31.8%)', '면역력이 떨어진다(18.3%)' 등이 있었다.



문제는 이러한 오해가 되레 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검증된 치료를 받는 대신 '식초·빙초산 등에 발 담그기'와 같은 민간요법을 시행한다는 응답이 76.1%나 됐다. '물집 터뜨리기'(29.3%), '소주 등 알코올에 발 담그기'(24.0%)와 같은 민간요법을 시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피부과학회가 공개한 무좀 관련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 사진 제공=대한피부과학회


학회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민간요법이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산성 물질인 식초, 빙초산 등이 피부에 닿으면 무좀 증상이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의로 물집을 터뜨리는 행위도 세균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소주와 같은 알코올에 발을 담그는 행위 역시 전혀 소독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 김효진 부산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과거 항진균제 등의 치료제가 광과민증이나 간 손상을 일으켰던 것 때문에 약이 독하다는 편견이 많은데 현재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들로 대체됐다”며, “피부과 약에 대한 많은 오해들이 약의 부작용을 환자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통념에 기인한다. 실제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약의 부작용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올해 ‘피부건강의 날’과 함께 ‘2022년 피부건강엑스포’를 개최한다.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온라인 공간에서 무좀 뿐 아니라 다양한 피부질환 및 피부 건강에 관해 올바른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유찬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설문조사 결과 무좀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피부과 전문의를 통한 전문적인 치료에 대한 인식과 실천 정도가 낮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학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무좀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국민들이 무좀의 고충에서 빠르게 벗어나 소중한 발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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