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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로 쓰는 셈" 일회용품 800만개 줄인 주인공은 [지구용]

/사진=트래쉬 버스터즈, 일러스트=박희민 디자이너




에디터는 코시국 전까지 매년 가을이면 한 두개의 축제엔 꼭 참석을 했어요. 야외에서 흥을 방출하기에 최적인 날씨와 맛있는 먹거리의 조합, 놓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텀블러는 챙겨가도 접시나 포크까지 챙기지는 못했어요. 귀찮기도 하고 애써 가져가도 괜한 눈총에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아서요.

그런데 최근에 축제를 가보니까 새삼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컵부터 그릇, 숟가락까지 먹거리존에서 모두 다회용기를 쓰는 거에요. 심지어 예뻐. 그리고 어마어마한 쓰레기 절감 효과까지. 지난달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서는 다회용기 사용으로 무려 27만개의 일회용품을 줄였다고 해요.

이쯤 되니 지구용 에디터로서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귀신 대신 쓰레기를 잡겠다고 나선 ‘트래쉬 버스터즈’가 만든 다회용기였어요. 이들은 축제뿐만 아니라 카페, 영화관, 심지어 장례식장까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모든 곳에 찾아가 다회용품를 대여해 주고 있다고. 당장 수장인 곽재원 대표님을 만나봤어요.

축제 기획하다 쓰레기 잡게 된 사연




트래쉬 버스터즈는 일회용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축제 현장에서 시작됐어요. 서울시 산하 기관들의 축제를 기획하던 곽 대표님(사진)은 어느 날 문득 쓰레기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대요. “축제에서 쓰는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싹 바꾸면 어떨까.”

대표님은 그래서 한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해요. 본인이 기획하는 2019년 서울 인기 페스티벌에 다회용품을 사용해 보기로요. 결과는 상상 이상. 쓰레기 배출량이 종전의 98%까지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죠. 확신을 얻은 대표님은 다음달 바로 회사를 차렸다고. 추진력 대박...

다회용품 좋아. 그런데 플라스틱?




언제 어디서나 다회용품을 쓸 수 있다면 너무 좋죠. 그런데 잘 보니 이 제품들(사진) 모두 플라스틱이에요. 친환경 소재도 있는데 왜 굳이...? 라는 질문에 대표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답했어요. “플라스틱이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에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게 잘못된 거죠.”

트래쉬 버스터즈의 용기들은 통상 300~400회를 쓰고 나서 마모되거나 사용이 불가능해질 경우 분쇄 처리를 해요. 그리고 그 가루를 다시 성형해서 동일한 용기로 만들고 있어요.

대표님은 “사실상 무한대로 쓰고 있는 셈”이라며 “쓰레기 없이 계속 자원을 쓰는 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어요. 그동안 플라스틱에게 가졌던 편협한 시각에 반성, 다시 생각해보는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성도 매우 중요한데 ①환경호르몬 등 인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며 ②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인체에 무해하고 ③수량을 쉽게 적재하고 이동할 수 있는 등 여러 원칙에 부합한 건 BPA FREE인 폴리프로필렌(PP) 소재뿐이었다고.

의심해서 미안한데…깨끗하죠?




그래도 다회용기는 위생적인 면에서 좀 거부감이 들긴 해요. 일회용컵보다 깨끗할까요? 대표님은 대놓고 물어본 질문에 보란듯이 오염도 테스트 검사 결과를 보여줬어요. 식품 위생 안전 기준이 200 RLU인데 안 쓴 일회용 컵은 125, 트래쉬 버스터즈의 용기들은 19로 측정된 결과지였죠. 고온 스팀 세척 및 건조 과정 후 자외선 램프와 열풍 소독을 거친다는 설명과 함께.

그래도 의심이 많은 에디터는 물었죠. 스크래치 난 제품들이 섞여서 나갈 확률은요? 스크래치가 생기면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대표님은 “그동안 사람이 직접 검수를 해서 한계가 있었지만 지난 5월 자동화 세척공장을 만들고 난 후 딥러닝한 카메라가 검수하면서 불량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어요.

왜 재사용해요? 다시 쓰는게 기분이 조크든요




트래쉬 버스터즈가 출동한 축제에서 한 참가자가 이런 말을 했대요. “내 컵인 것 같은 느낌. 가져가지 못하는 게 슬플 정도?” 우스갯 소리 같지만 실제 예쁜 디자인은 SNS에서 화제가 된 바 있어요. 처음 실험 서비스를 했던 축제에서도 현장 사진이 아니라 트래쉬 버스터즈의 다회용기 사진이 도배됐을 정도라고.

대표님은 “흔히 쓰레기를 줄이는 사업이라고 하면 친환경, 착한 기업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그린 컬러가 등장하곤 하는데 그런 진부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우리 착해요!’ 보단 ‘우리 멋져요!’가 요새 MZ세대들이 추구하는 미닝아웃이니까.

실제 이들의 유쾌한 전략은 통했어요. 트래쉬 버스터즈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8월까지 줄인 일회용품 누적 개수는 790만1806개에 달해요. 일회용 컵 무게를 12g이라고 보고 계산하면 약 95톤 정도.

또 최근에는 각종 축제는 물론 사내카페에서도 트래쉬 버스터즈를 찾고 있는 콜이 늘고 있어요. KT·LG·네이버·카카오 등 120여개 기업이 트래쉬 버스터즈의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대표님은 “개인에게 텀블러를 들고 다니라고 하는 것만으로 일회용 쓰레기의 물량 공세를 이길 수 없다”면서 “다회용품을 쓰는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어요. 그리곤 이번 주말에만 12개의 축제에 출동해야 한다고 바쁘게 나가셨어요. 혹시 주말 나들이에 트래쉬 버스터즈를 목격한다면? 에디터가 용사님들을 대신해 꼼꼼하게 검증했으니 아주 반갑게 사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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