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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美·中 투자의 아이러니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




미국의 대중국 전략이 180도 바뀐 것은 아마도 훨씬 이전이다. 그래도 조금은 눈치 챌 수 있었던 시점은 2017년 12월로 기억된다. 당시 미국 행정부가 국가 안전보장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경제 안보’를 강조했는데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중국 위협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보다 명확하게 정리된 다음에야 경쟁보다 상호 협력을 토대로 함께 성장하려고 했던 미국의 대중국 전략 자체가 바뀐 것이 드러났다. 2018년 7월 이후 미중 관계의 갈등은 예전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율의 보복관세였다. 그렇게 시작된 무역 전쟁은 4년이 지난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겉으로는 지난 정부와 달리 간접적인 전략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중국 견제는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 7월 말 미국 상원은 ‘2022 칩과 과학법안(CHIPS and Science Act)’을 가결했다. 반도체 산업과 연구 지원에 28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인데 반도체 등 생산 시설을 자국 내로 유치하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취지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서 신규 시설을 짓거나 확장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직접적으로 견제한 것이다. 그동안 다른 나라의 특정 산업 지원이나 기업 육성을 불공정한 것으로 거세게 비난한 미국 정부의 태도라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정책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보다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는 법안도 이어서 나왔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인플레감축법이라 명명됐지만 직접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내용은 자국 내 생산 기반 육성에 있다.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인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액 공제는 기본적으로 미국에서의 조립·생산이 조건이다. 더 나아가 배터리와 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며 중국 등 제한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광물을 사용한 자동차는 아예 배제 대상이 된다.

미국과 중국, 또는 세계 정세를 전망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난 30년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세계화’라는 시스템에 생긴 문제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화가 아닌 어떤 세계로 들어서고 있다. 문제는 당면한 우리가 여전히 세계화가 아닌 세계의 모습에 익숙하지 않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래도 세계화가 아닌 세계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선명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다. ‘자국 우선’이라는 본질이다.

자국 우선이 모든 나라에 똑같이 위기만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가 기회가 될 수 있는 나라도 있다. 첫 번째 조건은 탄탄한 내수 소비 시장의 구축이다. 두 번째로 상호 협력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술적 우위와 수직적인 산업 공급망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기축통화, 또는 기축통화의 영향을 덜 받는 금융 시스템을 확보해야 자본 유출입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다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 다소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과 중국이 세 가지 조건을 그나마 갖추고 있고 나머지 국가들은 ‘자국 우선’의 맞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억울한 면이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경쟁 우위의 기업들을 찾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틀린 것은 없다. 그러나 세계가 함께 성장하던 시절이 마무리되고 있다. 한 국가에서 경쟁 우위의 기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경쟁 우위의 국가를 찾아 적절한 자산 배분을 하는 것도 중요한 투자의 기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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