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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없는 오지 환자 돌보려 주저 없이 외과의사 길 선택"

제34회 아산상 대상 박세업 씨

20년간 아프리카·아프간서 봉사

모로코 결핵환자 2만7000명 치료

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 박세업(오른쪽) 씨가 모로코 주민들을 찾아가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아산사회복지재단




“어렵고 힘들 때 같이 있어주는 게 진정한 도움이죠.”

30여 년 전 부산대 의대 예과 2학년에 다니던 한 학생은 우연히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 병원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딱한 사정을 접했다. 이 의대생은 그런 환자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주저 없이 외과 의사의 길을 택했다. 정식 의사가 된 후 지난 20년간 그가 치료한 모로코의 결핵 환자만 2만 7000명이 넘는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은 20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박세업(60) 씨를 ‘제34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산상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1989년 제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3억 원이 수여된다.



박 씨는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타인을 위해 봉사해왔다. 지역의 어려운 노인들에게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소년·소녀 가장에게 생필품과 생활비를 나눠줬다. 시간이 날 때는 베트남·중국·몽골·아제르바이잔 등을 방문해 진료와 수술을 했다. 해외의 열악한 현지 의료 환경을 경험한 박 씨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려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아제르바이잔 난민촌에서 만난 한 청년이 “전쟁이 나고 어려울 때는 오지 않다가 난민이 된 후에야 도와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절규하는 모습에 큰 자극을 받았다. 박 씨는 40세가 되던 2002년 개인 의원을 정리하고 2003년 호주로 떠나 문화인류학·NGO학 등을 공부했다.

2005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많은 환자가 고통 속에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박 씨는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행 비행기에 올랐다. 수도 카불의 큐어국제병원 일반외과 과장과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병원장을 맡아 주민 치료와 현지 의사·간호사 훈련에 힘썼다. 50세에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보건학 공부를 시작해 석사를 마친 그는 국제 보건 의료 비영리 단체인 ‘글로벌케어’의 북아프리카 본부장을 맡았다. 이후 모로코에서 2만 7000여 명의 결핵 환자를 치료하는 등 결핵 퇴치에 앞장서왔다. 보건 전문가로서 현지인들의 삶 가운데로 들어가 그들의 언어와 문화, 삶의 방식을 배우며 함께 살아가는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로코에서도 환자가 급증했다. 작은아들이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함께하지 못했다. 자신이 봉사하는 지역의 현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그들과 같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박 씨는 “우는 자와 같이 울고 웃는 자와 같이 웃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북아프리카의 의료 시스템이 조금 더 합리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모로코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 3월 모로코의사협회의 심의와 동의를 거쳐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현지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아산상 시상식은 11월 17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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