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1일(현지 시간) “국내 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가 필수”라면서 해외 우수 기술을 내재화해 국내 투자로 잇는 선순환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점점 격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SK Night(SK의 밤)’ 행사에 앞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최근에 발표한 대미 반도체 투자는 주로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첨단패키징 등 새로운 기술”이라며 “이런 것은 한국에 없으니 여기에 투자해서 내부화를 해야 계속 (국내에도) 투자할 능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등 해외 투자를 확대하느라 우리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반론이다. SK에 따르면 앞서 발표한 257조 원 규모의 투자 중 70% 달하는 179조 원이 국내 투자로 여전히 국내 비중이 높다.
최 회장은 또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대응해 SK가 다양한 비상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시나리오가 일어나도 최소한 생존하는 방향을 찾는 게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서 “과거처럼 이익 극대화보다는 안전을 택하는 게 선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대만해협에서의 미중 간 군사 충돌과 같은 극단적 상황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다고 최 회장은 전했다. 그는 “대만에 있는 기업에 대책을 물어보면 더 좋다"면서 "벤치마킹이 필요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SK의 중국 사업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런 장비가 (중국에) 못 들어가면 공장이 계속 노후화하고 업그레이드가 어려워진다. 노후화로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를 차지한다”면서 “갑자기 버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현대차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반응은 도움이 안 된다”면서 “(미국이) 이럴 수 밖에 없었다는 사정을 좀 더 이해하고 거기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차의 경쟁력이 좋기 때문에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도 이 문제를 충분히 뚫고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3년 만에 열린 ‘SK Night’에는 크리스 쿤스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 댄 킬디 미시간주 하원의원 등 정관계 및 재계 고위급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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