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상장을 하루 앞두고 공모가를 최상단인 주당 82.50유로(약 11만4000원)로 책정했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설정해 10년 내 유럽증시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자신감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 감독위원회와 집행위원회는 이날 포르쉐의 공모가를 당초 제시한 희망 범위(주당 76.50~82.50유로)의 최상단인 82.50유로로 확정했다. 전체 주식 수는 포르쉐의 상징적인 모델인 ‘911’을 기념해 9억1100만 주로 발행된다. 공모가 기준 포르쉐의 시가총액은 752억 유로가 된다. 전체 발행 주식 중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12.5%만 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한다.
포르쉐는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상장한다. 2011년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한 광산업체 글렌코어가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한 이후 유럽 내 최대 규모다. 포르쉐는 이번 상장을 통해 시총 기준 세계 5위 자동차 제조사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모기업인 폭스바겐의 시총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포르쉐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 내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 우려도 겹쳤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필립 후초이스 분석가는 “이렇듯 어려운 시장에서 IPO를 성공시킨다면 그 자체만으로 포르쉐 사업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은 이번 상장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지난해 331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한 포르쉐는 올해 매출이 39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매출수익률은 지난해보다 2%포인트 상승한 18%가 목표다.
포르쉐 지분 75%를 보유 중인 폭스바겐은 이번 상장으로 최대 195억 유로를 조달한다. 수익금의 절반은 주주들에게 특별배당 형태로 환원하고, 나머지는 전기차용 배터리,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개발에 활용한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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