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막대한 에너지로 인한 기후피해 규모가 소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이나 휘발유를 생산하는 정유산업과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뉴멕시코 대학 연구팀은 최근 여러 상품의 기후비용이 시장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분석하고 이 같은 결론을 내놨다.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채굴하면서 발생하는 기후비용은 지난 5년 간 평균적으로 비트코인 시장 가치의 3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20년에는 시장 가치의 82%를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결과는 시장 가치의 95%을 기후 비용으로 치르는 석탄보다는 덜하다. 하지만 소고기(33%)나 가솔린(41%), 천연가스(46%)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지만, 현실 속 금은 기후비용이 시장 가치의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력도 연간 75.4TWh로 오스트리아(69.9TWh)나 포르투갈(48.4TWh)의 전력 사용량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비트코인당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2016년 0.9톤에서 2021년 113톤으로 126배 급증했다.
연구는 비트코인이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유로 화폐 생산에 작업증명(PoW) 방식을 따르고 있는 점을 꼽았다. 고난도 문제를 가장 빨리 푸는 사람에게 화폐가 주어지는 작업증명 방식은 채굴을 위해 성능이 좋은 여러 컴퓨터를 돌려야 해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 2020년에는 총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비트코인의 기후비용이 시장 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20년 5월의 비트코인 기후비용은 시장 가치의 156%로 뛰었다. 이는 당시 비트코인이 전 세계 기후에 피해를 끼친 정도가 비트코인 가치의 1.56배에 달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황금'이라고 말하지만 기후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원유'에 가깝다”면서 “이 같은 결과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험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는 이날 온라인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