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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멜트다운'에도 연준 "후퇴없다"…이번주 고용 지표, 긴축 기름붓나[글로벌주간뉴스]

연준 긴축에 영국發 위기론까지…세계 경제 대혼란

다우존스, 2020년 이후 첫 2만9000선 붕괴

트러스 英 총리 "감세가 맞다" 불안 방아쇠 당겨

불러드 연은 총재 "90년대식 성공 가능성 있다" 낙관

이번주 OPEC+, 100만 배럴 감산 가능성에 유가 불안

8월 고용보고서도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 신호 '미지수'









연준의 고강도 금리 인상 예고로 위축 공포가 커진 와중에 영국 정부의 감세정책을 발표하며 시장은 녹아내렸습니다. 얕은 수준의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하던 월가에서는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 위기와 같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옵니다.

연준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 며칠 간 미국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경기 침체보다 우선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수록, 그리고 연준의 긴축 의지가 확고할 수록 세계 금융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공포는 커지겠지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9월 30일 나온 인플레이션 지표 8월 개인 소비지출(PCE)은 물가가 여전히 상승 중이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연준의 장기 목표치의 두 배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는 연준의 정책 결정에 핵심 지표 중 하나인 고용 데이터가 발표됩니다. 긴축에 불을 지피느냐, 속도를 늦출 기반을 마련하느냐에 대한 이정표가 될지 관심이 주목됩니다. 여기에 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회의도 예정돼 있는데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감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번 주 역시 증시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와 이벤트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영국 감세 정책이 당긴 시장 혼란의 방아쇠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지난 한 주 미국 증시는 연준이 긴축 영향에다 영국발 위기 우려까지 겹치며 요동쳤습니다. 지난주 S&P500은 3585.62에, 다우존스는 산업지수는 2만8725.51로 마감해 각각 주간 기준 2.9% 하락했습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2만9000아래로 떨어졌고, S&P500도 지난 주 연중 신저점을 수차례 갈아치웠습니다.

월간으로도 뉴욕 증시는 9월 한달간 S&P500이 9.3% 하락해 팬데믹이 선언됐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많이 내리렸습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면 9월 13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시작으로 21일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23일 영국의 감세 정책 발표 까지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번 주 증시에 부담을 더한 핵심 요인은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전주 내놓은 감세 정책이었습니다.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세율 인하(20%→19%) 인하 △고소득자 최고세율 인하(45%→50%) △인지세 부과대상 주택 가격 기준 상향(12만5000파운드→25만 파운드) 등을 발표했지요. 감세규모는 총 45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72조원에 이릅니다. 50년 만에 가장 큰 감세입니다.



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환율과 채권금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감세안을 발표한 후 지난 주 초반 파운드 당 달러의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인 1.03달러까지 추락했습니다. 영국 5년물 국채 금리는 4.5%까지 치솟아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내에서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보다도 한 때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5%에 육박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가 영국 경제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감세 정책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영국 정부의 재정 부족 우려입니다. 세수가 줄면 국채를 발행해 쓸 돈을 조달해야 하는데요, 가뜩이나 감세 규모도 큰 데, 지금은 기준 금리가 올라가 조달 금리도 높은 상황이니 정부 부채는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는(S&P)는 30일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S&P는 애초 내년부터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감소할 것으로 봤지만 이번 감세안으로 전망은 뒤바뀌었습니다. 부채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둘째는 영국에 대한 신뢰 상실입니다. 영란은행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하는데, 정부는 감세를 통한 부양 정책에 나서는 엇박자를 선택했습니다. 정책 일관성이 무너지고 경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감세 정책으로 영국 정부는 신뢰를 잃게 되고, 이같은 신뢰 상실로만 GDP에 -2%의 하락 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례적으로 영국 정부를 향해 감세 및 보조금 지급 계획을 철회를 촉구했고요,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영국은 선진국 중 최악의 경제정책을 펼친 국가로 기억될 것”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시티그룹은 “트러스 총리의 아이디어가 경제적 관점에서 영국의 가장 큰 위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작 트러스 총리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옳은 일을 했다고 확신한다”며 “이것이 올바른 계획”이라며 감세 정책을 밀어붙일 것을 시사했습니다. 시장의 혼란이 더욱 길어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바이털놀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는 트러스 총리의 해당 인터뷰가 있던 날 “독일의 물가,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의 매파적 발언, 일부 기업들의 끔찍한 실적, 처참한 영국 재정정책에 대한 영국 정부의 반항적인 어조, 신규 실업수당의 감소 등 여러 요인이 시장 심리를 끌어내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연준, “그린스펀 식 성공 가능”…긴축 속 호황을 바라보는 연준


물러설 생각이 없는 쪽은 트러스 영국 총리 뿐만이 아닙니다. 연준도 마찬가지지요. 연준의 금리 인상행보는 전세계 ‘킹달러’ 현상의 핵심 요인인데요, 사실 킹달러 자체 만으로도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큽니다. 모건스탠리의 최고미국주식전략가인 마이클 윌슨은 지난주 초 발간한 고객 노트에서 “최근의 미국 달러의 강세는 자산 시장의 위험을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이같은 상황은 금융위기나 경제위기, 또는 둘 모두를 포함한 위기가 터지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고 강달러 발 경제위기를 경고했습니다. 달러의 과거 고점은 1990년대 초 멕시코 부채 위기, 90년대 후반 미국 기술주 거품, 2008년 금융 위기, 2012년 국가 부채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지금과 같은 강달러라면 ‘무언가 부러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지금 연준이 긴축의 결과를 오판하고 금리 인상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상황은 더욱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고가 실제 나오는데요, 지난 글로벌주간뉴스 시간에서 비교적 상세히 전해드렸던 ‘연준이 금리 인상의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지난 한 주간 더욱 커졌습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한 경제 전망이 “장밋빛”이라며 “실업률은 5%까지 오르고, 긴축의 과정이 길고 험난할 것이기 때문에 긴축 지속 여부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고 지적했지요.

더들리 전 총재는 또 “만약 사람들이 연준의 전망보다 고통이 더 크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긴축에 대한 지지와 신뢰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준은 결국 침체 확대에 놀라 물가를 잡기 전에 긴축을 포기하거나, 경제 충격 속에서도 긴축을 강행해 더 깊은 침체로 몰고 가는 딜레마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해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지난주 잇따라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같은 메시지를 냈습니다. 그린스펀 의장은 1990년 중후반 아시아와 러시아의 위기가 불거질 당시 “세계 경제환경의 스트레스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미국 만이 그 영향을 받지 않고 번영의 오아시스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준이 미국 국내 이슈만 보고 달릴 수 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연준 관계자들은 기조전환에 대한 각종 압력에도 불구 긴축 지속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총재는 이날 메사추세츠공과대에서 “불확실성이 있을 때 정책입안자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며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는 최악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지난 금요일 “인플레이션이 타깃(2%)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통화정책은 한동안 제한적일 필요가 있다”며 “섣불리 후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흥미로운 발언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총재였는데요, 불러드 총재는 물가를 내리는 과정에서 따르는 고통의 수준에 대해 연준이 솔직하지 않고 낙관적으로 본다는 세간의 비판에 대해 “연준의 금리 인상은 1970년대 폴볼커 당시와는 달리 훨씬 이른 시기에 일어났다”며 “이는 우리가 더 나은 성공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을 언급했는데요, 1994년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이끌던 시기에 경기침체 없이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렸던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성공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이후 1990년대 후반 경제호황의 바탕이 됐지요. 불러드 총재는 “연준이 1970년대보다 1990년 대 당시와 비슷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긴축을 완화한다고 전망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침체 우려와 긴축 지속 사이에서 시장의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번주 주목 이벤트① OPEC+ 대면회의… “최대 100만 배럴 감산 가능”


OPEC 원유생산량, 이번 회의 감산 결정을 통해 생상량이 하락전환할 지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가격 하락세도 장담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이번 주 OPEC+회의 때문인데요, OPEC 사무국은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대면 회의를 개최한다고 1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최대 100만 배럴, 최소 50만 배럴의 감산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배럴당 125달러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와 맞물려 85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OPEC 회원국들이 손실을 보고 있는데요, 이에 9월 회의에서 10만 배럴 감산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 100만 배럴 감산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는 유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 등은 OPEC+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하루 생산을 최소 50만 배럴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는데, 100만 배럴을 감산한다면 공급 감소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겠지요.

이는 결국 세계 경제 위기의 핵심 요인인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됩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을 알기 위해 잠시 30일 나온 8월 개인소비지출(PCE)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8월 PCE는 전년 대비 6.2%, 전월 대비 0.3%였습니다. 7월에 전월비 -0.1%로 하락했던 것이 다시 올랐습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CE는 전년 대비 4.9%, 전월대비 0.6% 올랐습니다. 근원 PCE가 더 올랐다는 것은 현재 휘발유 외에 경직성(sticky) 항목이 오르고 있어,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는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시 휘발유 가격이 오른다면 인플레이션 공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변동성이 큰 유가에다 렌트 등 경직성 항목까지 같이 오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주 주목 이벤트② 8월 고용보고서 ‘고용 시장 완화 기미 보일까’


현재 연준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앞으로 긴축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인 고용 데이터도 이번주에 나옵니다.

우선 우리 시간 4일 밤 11시에 8월 구인 이직 보고서가 나옵니다. 열려있는 일자리가 크게 줄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7월 1124만 개에서 8월 1108만 개로 약 16만개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7월의 경우 실업자 수가 570만 명이었으니 현재 미국은 구직자 대비 일자리가 2배 많은 상황인데요, 이번에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튿날에는 실업률과 시간당 평균 임금, 비농업부분 고용자수 변동 등을 담은 9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됩니다.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의 경우 7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넘은 52만6000명으로 치솟은 뒤 지난 8월 31만5000명을 기록했는데요, 여전히 30만명을 넘어서 고용이 지나치게 좋은 상황입니다. 실업률은 3.7%,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기준 0.3%로 8월과 동일한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긴축이 진행되지만 타이트한 고용시장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는 "구인 일자리수는 여전히 역사적인 수준으로 오르고 있고 이에 근로자들은 일을 그만둬도 쉽게 대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임금 상승의 요인이며, 이는 곧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게 된다는 의미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라고 논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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