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이 북핵 위협에 맞선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한층 코너로 몰리게 되자 무력시위 강화로 맞불을 놓으며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도미사일을 저수지에서 발사하고 낙후된 야포와 훈련기 등을 있는 대로 긁어모아 사격 시험을 하는 등 실전성이 떨어지는 전력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10일 북한 관영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을 현장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관련 사진 수십 장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최강의 핵 대응 태세를 유지하며 더욱 백방으로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제안’을 거부하고 핵전력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이 전쟁 억제력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 데 맞게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하에서도 신속 정확한 작전 반응 능력과 핵 정황 대응 태세를 고도로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북한은 9월 25일부터 보름간 총 7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탄종과 발사 장소·시간을 다변화했다.
◇실전성 의문인 저수지 발사 미사일=북한 관영 매체가 이날 보도한 사진 중에는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KN 23)’, ‘화성 12형 개량형(추정)’, ‘초대형 방사포’ 등의 발사 장면과 이를 현장에서 참관하는 김 위원장의 사진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저수지로 보이는 곳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다. 일종의 미니 SLBM로 추정되는데 기존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KN 23을 수중 발사용으로 개량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관영 매체는 이에 대해 지난달 25일 새벽 서북부 저수지 수중 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 진행됐다고 10일 보도했다. 발사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이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SRBM을 차량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쏜 것으로 추정했는데 북한은 이를 내륙 저수지에서 쐈다고 주장하며 우리 군 정보력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나선 것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킬체인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발사 징후를 탐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SLBM을 잠수함이 아닌 지상 저수지에서 발사하는 등 발사 장소 및 플랫폼을 다변화하는 기발한 모습을 보였다”며 “발사 원점 사전 식별 및 선제 타격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지만 실전 효용성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북한이 군 당국과 정보 당국의 감시 능력을 시험하는 동시에 무력시위의 변주를 통해 내부 단합과 단결을 시도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IRBM 개량했나=북한은 이번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발사 사진도 공개했다. 이는 북한이 이달 4일 오전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1발 쏴 4500여 km 떨어진 태평양 해상까지 비행시킨 IRBM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우리 군에 포착된 제원으로 볼 때 기존의 ‘화성 12형’으로 추정됐는데 이번에 공개된 사진으로는 화성 12형의 개량형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개된 사진에는 IRBM이 정상 각도(32도)로 발사돼 4500여 ㎞를 비행한 항적을 그린 지도도 담겼다. 해당 지도에는 빨간색으로 ‘정점’ ‘재진입 지점’ ‘최종 낙탄 지점’이 표시됐다. 타격 지점으로는 한국의 주요 항만과 공군 기지 등이 명시됐다. 소형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로 한국의 전 지역을 언제라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북한은 이번 훈련을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번 IRBM에 대해 “적들에게 보다 강력하고 명백한 경고”라며 사실상 괌 등 태평양상의 미군기지까지를 공격 목표로 규정했다.
◇셀프 인증한 북한의 노후 전력=이번에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북한의 훈련 사진에서는 노후화된 북한의 견인식 야포와 구형 다연장 로켓 차량 등도 보였다. 전투기들의 훈련 사진도 함께 보도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사상 처음으로 150여 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시 출격시킨 조선인민군 공군의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 훈련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해당 항공 공격 훈련은 8일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 기종에는 훈련기가 다수 포함돼 있었으며 전투기 가운데 상당수가 노후 기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북한이 항공 공격 훈련을 하자 우리 공군은 당시 초계비행 중이던 F 15K 등은 물론 첨단의 스텔스 전투기 F 35A 등을 출격시켜 ‘우세한 공중 전력’으로 맞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통령실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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