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처음으로 대만 파운드리 회사인 TSMC에 빼앗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TSMC는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48% 급증한 6130억 대만달러(약 27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10일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의 3분기 반도체(DS) 부문 매출은 24조~25조 원대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10조 8000억 원)은 전년 동기에 비해 31.73%나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정보기술(IT) 시장의 수요 위축과 재고 급증으로 ‘반도체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낸드플래시 평균 판매 가격이 올해보다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반도체 칩 및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발동했다. 매출의 40%를 중국에 의존하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주요국들은 반도체 패권을 놓고 사활을 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TSMC가 반도체 왕좌에 오른 것도 법인세 부담률을 한국의 절반 수준인 14.1%로 낮추는 등 범국가 차원의 지원책 덕택이다. 미국 의회는 8월 520억 달러의 보조금 지원 등을 담은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켰고 IBM은 최근 반도체 연구개발(R&D)을 위해 2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본도 5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첨단 기술에 대한 민관 협력을 담은 ‘경제안보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첨단 분야의 인재 육성을 위한 대학 정원 확대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이 8월 초 발의됐는데도 소위 심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야는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K칩스법과 법인세 인하 법안 등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등 초당적인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모래주머니’와 족쇄를 제거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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