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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의 인사이트]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무력화하려면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핵위협 속 친일 프레임 갇힌 국회

韓이 냉전시대 北도발 이겨낸 건

현실주의 안보 전략 따랐기 때문

尹, 정교한 위기관리 리더십 필요





세계가 냉전으로 돌아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이 대만에 무력시위를 벌인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도 겨냥해 쏘아 올리며 핵 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수법을 게임이론은 벼랑 끝 전술이라 부른다. 위기를 조성해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계략인데 실패하면 자신이 오히려 더 위험해진다. 소련이 1962년 미국 바로 앞에 있는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해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성했지만 미국이 공습 준비에 나서자 물러섰다. 1980년대 소련이 핵 우위로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은 소련의 핵무기를 격추하는 전략방위구상(SDI)으로 대응했고, 벼랑 끝 전술이 실패하면서 소련은 붕괴했다.

벼랑 끝 전술은 수세에 몰린 측이 우세한 측을 흔들어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쓴다. 벼랑 끝 전술에도 성공과 실패의 조건이 있다. 상대방에 가하는 위협을 자신이 조절할 수 있어야 하고 위협은 상대방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강력해야 성공한다. 하지만 자신의 힘을 과신하는 등 오판하거나 상대방이 벼랑 끝 전술을 무력화할 수 있다면 실패한다. 핵 위기 조성을 통한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역시 한미일의 대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북한은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한국은 김정은의 의도대로 흔들리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일 군사훈련을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비판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취약하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는 마당에 친미냐 반미냐, 친일이냐 반일이냐, 평화냐 전쟁이냐의 프레임 싸움을 벌여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무력화하는 능력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냉전 시대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은 군사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을 이겨내고 평화를 지켜냈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오랜 군사전략과 현실주의 외교·안보 전략을 따른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고, 박 전 대통령은 월남전 파병으로 미국의 안보와 경제 지원을 받았고, 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협력하에 일본으로부터 안보 비용 부담이라는 명목으로 경제 지원을 받았다.

냉전으로 돌아가는 국제사회의 흐름은 북한에 불리하다. 우크라이나와 대만이 러시아와 중국에 유린당하자 북한·러시아·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현실주의 외교·안보 노선이 힘을 얻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대만이 공격 받는 이유가 평화냐 전쟁이냐 등의 내부 싸움과 무관하지 않다는 자각이 깔려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친러와 친중 세력이 평화를 유지하자는 목소리를 높여 군사력 강화가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존 전략을 버리고 러시아·중국이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이기는 지배 전략으로 전환했다. 독일 등 유럽이 국방력 강화에 대한 투자를 100% 이상 늘렸고 인도 또한 중국에 맞서는 전략으로 나아갔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무력화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한미일 군사훈련과 국방력 강화는 물론 현실주의 외교·안보 노선의 필요성을 국민이 느끼도록 절실하게 호소해야 한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취약한 한국의 현실과 국제사회의 흐름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본인 스스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냉전 종식에 본격적으로 나선 후 종식까지 걸린 시간은 8년이 되지 않았다. 당면한 신냉전도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험난한 시간을 이겨내야 하기에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결단은 더욱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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