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년 차 이가영(23·NH투자증권)은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연속 준우승을 포함해 6차례 톱 10을 기록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퍼팅 실수가 나오는 등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한 이가영에게 멘탈과 뒷심이 약하다는 평가도 따랐다. 하지만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에서는 연일 과감한 샷과 정확한 퍼트를 뽐낸 끝에 마침내 우승 문턱을 넘는 감격을 누렸다. 98번째 출전 대회에서 이뤄낸 값진 첫 우승이다.
이가영은 16일 전북 익산의 익산C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몰아치고 보기를 1개로 막아 15점을 보탰다. 최종 합계 49점을 기록한 그는 2위 임진희(44점)를 5점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2019년 데뷔 후 준우승만 4차례 기록한 끝에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이가영은 상금 1억 8000만 원을 받아 시즌 상금 순위 17위에서 단숨에 8위(5억 7489만 원)로 점프했다.
이번 대회는 KLPGA 투어에서 유일한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졌다.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 보기 이상 -3점이다. 합산 점수로 우승자를 가리기 때문에 공격적인 플레이가 요구됐다.
이날 선두 임진희에 1점 뒤진 2위로 출발한 이가영은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으면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 샷을 핀 2m 안쪽 거리에 붙여 첫 버디를 낚았고, 3번 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핀 1m에 붙이는 정확한 샷 감을 과시했다. 이어진 4번 홀(파3)까지 3연속 버디를 몰아친 그는 7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홀을 돌아 나와 아쉽게 이글을 놓쳤다.
임진희는 5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추가하며 이가영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갔지만 이후 버디 사냥에 실패하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9번 홀(파4)에서는 1.5m의 파 퍼트를 놓쳐 오히려 1점을 잃었다.
임진희가 흔들리는 사이 이가영이 더 달아났다. 후반 10번 홀(파5)에서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11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았다. 이가영은 2m 안쪽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을 한 바퀴 돈 뒤 들어가자 환한 미소를 보였다. 임진희가 13번 홀(파3) 버디로 다시 4점 차로 따라붙었지만 이가영은 16번 홀(파3)에서 8.5m 버디를 성공시킨 후 우승을 확신한 듯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17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한 이가영은 마지막 18번(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5점 차로 여유롭게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가영은 “정말 꿈만 같다. 아직도 우승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주변 분들도 언제 우승을 하냐고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이렇게 하게 돼 그동안 힘들었던 게 잊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바라봤던 임진희는 단독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준우승만 3차례 기록한 신인 이예원이 11점을 보태 단독 3위(41점)에 올랐고, ‘익산의 딸’ 박현경은 임희정과 함께 공동 4위(39점)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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