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시가 3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시즌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금융주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여파로 대다수 투자은행(IB)의 이익이 무너지리라는 우려가 컸지만 은행 부문의 순이자마진(NIM)이 급상승하며 손실을 압도하는 이익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영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감세안 대부분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도 미국 금융주 반등의 호재로 작용했다.
17일(현지 시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주요 은행·금융주는 적게는 0.5%, 많게는 6% 이상까지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날 기대 이상의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뱅크오브아메리카(BAC)와 뉴욕멜런은행(BK)이 각각 6.06%, 5.08% 급등하며 금융주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두 은행주는 약 4개월간 세 번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은 미 연준의 덕을 톡톡히 봤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순이자마진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순이자마진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 등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137억 7000만 달러의 순이자마진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8%가량 줄어든 비이자수익(107억 4000만 달러) 손실분을 모두 메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3억 7800만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추가했음에도 주당순이익(EPS)이 81센트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인 77센트를 5%가량 웃돌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금융주들도 이날 상승세가 이어졌다. JP모건은 14일 전 분기 대비 12.6% 증가한 97억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고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20% 오른 115달러 86센트로 거래를 마쳤다. JP모건의 3분기 EPS는 3달러 12센트로 컨센서스인 2달러 88센트를 8.3% 웃돌았다. 역시 NIM의 상승세에 힘입어 상업은행(CCB) 부문에서만 43억 30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전 분기와 비교해 12억 3000만 달러가 늘어난 수치다. JP모건은 4분기 이자 이익으로 190억 달러를 제시하며 3분기 대비 7.8% 성장할 것을 전망하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자 수익의 증대로 내년부터는 한시적으로 중단한 자사주 매입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같은 금융주라고 해도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투자은행(IB)이나 트레이딩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의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3분기 시장 전망치에 2.5%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모건스탠리가 대표적이다. 금리 급등으로 M&A 시장이 얼어붙으며 IB 부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 급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역시 올 3분기 14억 1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다만 블랙록의 3분기 EPS는 9달러 25센트로 시장 컨센서스인 7달러 6센트를 크게 웃돌았는데 기술 플랫폼 ‘알라딘’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나면서 손실을 보전했다.
한편 금융주들이 금리 인상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사실이 확인되며 고금리 상황의 선두주자는 은행주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CNBC의 앵커 짐 크레이머는 17일 방송을 통해 “연준은 금융기업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입 등의 증가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금융주가 새로운 시장의 리더로서 기술주를 대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연준이 금리를 5% 가까이 인상하면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은행들의 부실 대출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순이자마진의 증가는 손실을 보완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