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 설비들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업체로선 구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경험한 것처럼 화재가 나면 결국 아낀 금액의 10배, 100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데이터센터관련 업체들도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강중협(사진)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장은 19일 서울 종로구 오피시아 빌딩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번 사고 여파가 장기화된 건 결국 돈의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SK C&C 정도면, 국내에서도 최첨단 설비를 갖춘 곳”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가 크지만 화재만 놓고 보면 불길이 센터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다. 만약 투자가 적은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면 피해 수습이 며칠 가지곤 안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데이터연합회는 지난 2017년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 산업 및 연관 산업간 상호 협력을 증진하고 기술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LG CNS, 삼성SDS, NHN, KT 등을 115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다.
강 회장은 데이터센터 내 이중화 조치가 더 철저히 했다면 사태를 신속하게 매듭지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안전상 우려 때문에 전력을 다시 공급하는데 10시간 가량이 걸린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애초 이중화에 공을 더 들였다면 전원 차단까지 가지 않았거나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상황에 대비해 전력 공급 방식을 다양화시켜 놓지만 막상 케이블이 물리적으로 분리돼있지 않거나 하는 등 실효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여기서 말하는 이중화란 카카오 대응과 관련해 거론되는 ‘서버 이중화’와는 결이 다른 개념이다. 이는 화재, 지진 등 재난으로 이번처럼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전력 공급 방식 등을 여러 차원으로 분산해 데이터센터 차원에서 서버 가동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플랫폼 서비스 차원에서 데이터와 서비스를 여러 센터에 백업해 놓는 서버 이중화와는 구분된다.
이중화 메뉴얼을 마련하는 것과 이를 실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강 회장은 이번 사고를 통해 새삼스럽게 재확인했다. SK C&C처럼 큰 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기초적인 메뉴얼이 없을 리 만무하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를 더 구체화하고 예행 훈련도 철저하게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그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 방식이나 재난 대응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예컨대 설계를 할 때도 배터리의 중요성을 고려해 어떤 식으로 전력을 분리해야 하는지 배선 구성은 배터리 실을 향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든지 하는 내용들을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 데이터센터와 소방 당국간 원활한 협력 및 관련 지식 공유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이번에 출동한 소방 대원들도 일반 건물에 난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을 것이며 그들로서도 평소에 데이터센터를 가정한 훈련이 없었을테니 뾰족한 방도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계기를 통해서 우리 소방 당국에서도 그런 특수 건물에 대해서 좀 이해를 높이고 또 평소에 필요하면 센터의 협조를 받아 대응 훈련을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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