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자본시장 대통령 떠나던 날…눈시울 붉힌 이유는 [시그널]

4년 전 취임 당시 운용역 줄이탈에 해외투자 역량 강화

2019년 역대 최고 수익률 등 성과 불구 정·관계 '입김'

글로벌 '킹달러' 상황에 국민연금 비판 쏠리자 맘고생도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사진제공=국민연금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 18일 전주 본사에서 퇴임식을 열고 작별을 고했다. 안 본부장은 외풍이 심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수장을 역대 최장기인 4년 간 맡으면서 역대 최고 수익률을 올리는 한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 등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효준 전 기금운용 본부장은 전북 전주 기금운용본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4년 간 직원들의 도움으로 국민 노후 자금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계약 기간은 10월 7일까지였지만 국정 감사를 잘 마무리 하기 위해 열흘 뒤로 퇴임을 미뤘다.

안 전 본부장은 퇴임식에서 지난 4년의 시간을 돌아보고 추억하면서 운용역들과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그는 국민연금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던 2018년 10월 기금운용본부의 키를 잡았다.

안 본부장은 취임 이후 기금운용 전략과 리스크관리를 각각 부문장에 맡기고 본부장 직속으로 둔 투자 부서들은 본업에 전념하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사모주식 및 벤처·부동산·인프라는 국내와 해외의 구분을 없애고 자산의 본질에 집중해 운용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안 본부장 취임 후에도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정치권과 시민단체, 재계의 입김에 입지가 흔들렸고, 전주 이전에 따라 실력있는 운용역들의 이탈은 계속 이어졌다. 그럴수록 안 본부장은 세계 최고의 금융 허브에 투자 운용역들을 보내 경험과 실력을 쌓을 수 있게 후원했다.

국민연금은 기업 사모투자는 영국계 운용사인 BC파트너스, 인프라 투자는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인 APG, 부동산은 알리안츠와 공동 투자 펀드를 설정했다. 특히 BC파트너스 등 영국과 미국 운용사는 일부 지분을 사들여 좋은 투자 기회를 빠르게 선점했을 뿐 아니라 투자 초기 단계부터 끝까지 국민연금의 운용역이 참여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해외 연기금에 비해 높은 연봉을 줄 수 없는 국민연금의 사정을 고려해 해외 경험이 많은 안 본부장이 후배 운용역들에 글로벌 투자 경험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자리를 지킬 수 있게 신경쓴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운용역의 이탈을 다 막지는 못했지만 기금운용본부는 2019년 말 역대 최고인 11.34%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국민연금 같은 대형 연기금은 운용역의 개별 판단보다 금융 및 자본시장의 흐름에 따르는 투자 전략을 펴지만 그 해에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전 자산군에서 목표 수익 기준인 벤치마크보다 우수한 수익률을 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적이 시장보다도 높은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로서 환 오픈 전략과 해외 투자 확대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최근 환율 급등으로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등 경제 부처로부터 외환시장의 불안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연기금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총운용자산이 1000조원을 넘보며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커진 것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장기간 보험료를 받아 운용한 후 다시 장기간 연금으로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는 국민연금의 특성을 감안하면 환오픈 투자 전략과 해외 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안 본부장도 재임 당시 해외 투자시 환헤지는 이득보다 비용이 크고,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렵다는 지론을 편 바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900조원을 넘어서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에서 놀기에는 너무 큰 고래가 돼 투자 다변화를 위해 해외와 대체 투자로 자금 운용을 확대하던 국면이기 때문에 기존 환오픈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안 본부장을 비롯한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행정부처가 과도하게 기금 운용에 관여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수익성 모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