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도 우리 경제는 무역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5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올해 쌓인 적자는 338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려되는 대목은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이 2년 만에 감소하는 등 반도체, 중국 수출이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9억 5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수지는 4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 중인데 이달에도 무역수지는 적자를 보일 것이 확실시된다. 올해 들어 누적된 무역적자는 이미 338억 4300만 달러까지 불어나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1996년(206억 2400만 달러)을 넘어섰다.
이달 무역적자를 키운 원인은 수출 부진이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의 수출액은 324억 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전년보다 조업 일수가 0.5일 더 많았는데도 수출액은 되레 줄었다. 조업 일수 영향을 배제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남은 열흘 동안 수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월간 기준 수출액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다. 월간 수출 증가율은 7월(8.7%) 이후 8월(6.6%), 9월(2.8%)까지 매달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부진이 뼈 아팠다.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등의 수요가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데 따른 영향이다. 철강(-17.6%), 무선통신 기기(-15.6%), 컴퓨터 주변 기기(-30.2%), 선박(-22.9%) 등 다른 품목의 수출액도 크게 줄었다. 주요 수출품 중 실적이 늘어난 제품은 자동차(32.1%)와 자동차 부품(9.8%), 석유제품(16.4%)뿐이었다.
국가별로 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6.3% 줄었다. 중국 다음 가는 시장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소폭(6.3%) 늘었지만 대중(對中) 수출 감소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은 늘어 무역적자는 더 커졌다. 이달 20일까지 수입은 373억 55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9% 늘었다.
답답한 대목은 당분간 수출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D램 고정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1분기 3.41달러에서 3분기 2.88달러, 4분기 2.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우 상반기 단행한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경기 반등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 미국의 초긴축에 따른 각국 정부의 연쇄적인 돈줄 죄기로 세계경제의 둔화세가 가팔라져 대체 시장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10월 최근 경제동향’ 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다른 나라 경기에 영향을 미쳐 우리 수출 쪽에서 큰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출 감소세가 짙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일부 개선됐지만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기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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