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폐막한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결과는 중국 경제 라인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205명의 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명단에는 리커창 총리와 류허 부총리, 이강 인민은행 총재, 궈수칭 인민은행 부총재 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류쿤 재정부장 등 기존 경제 라인의 이름이 전부 빠졌다.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치고 당대회를 핑계로 발표를 연기한 3분기 성장률 역시 저조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경제 라인 교체는 ‘경질’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을 대신해 총리에 사실상 내정된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새로운 ‘투톱’으로 새 진용을 이끌고 시진핑 집권 3기의 ‘시코노믹스(Xiconomics)’를 이끌 것으로 관측된다.
총리 자리가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을 포함해 각 부처를 조정하는 자리임을 고려하면 리 서기가 총리로서 경제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외신들은 중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는 것은 허 주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 주석의 절친한 친구이자 지난 10년간 ‘경제 차르’로 군림해온 류 부총리의 역할을 허 주임이 이어받는다는 것이다. 허 주임은 시 주석의 중국 내 시찰과 해외 방문에 정기적으로 동행하는 ‘심복 중의 심복’으로 블룸버그 통신은 허 주임이 시진핑 3기 경제 기조를 가장 잘 구현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리창·허리펑 ‘투톱’과 보조를 맞출 차기 인민은행 총재로는 이후이만 증권감독위원회 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현재 인민은행은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속 외자 유출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상공은행에서 30년 넘게 재직한 이력이 있는 이 위원장이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 출범에 관여하고 중국 내 기업공개(IPO)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 문턱을 낮추는 등 개방적인 금융정책을 펴온 인사라고 전했다. 그 밖에도 시 주석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용 전 인민은행 부총재도 차기 인민은행 총재 물망에 올라 있다.
블룸버그는 새 경제 라인 후보군이 금융 관련 경력을 가지고 지방정부에서 일한 관리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싱 자오펭 호주·뉴질랜드 은행 그룹 수석 전략가는 “부동산 부실로 인한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가 터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의 부동산 업체 헝다 사태 이후 부동산 업체 절반이 부실에 빠지고 지방정부들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고조된 분위기가 새 경제 라인 구성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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