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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제롬 파월의 미국 우선주의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美 초긴축發 전세계 침체우려 고조

금융위기 확산 막았던 버냉키처럼

파월, 글로벌 안목서 통화기조 설정

선진국 협력 이끌 리더십 발휘해야





미국 달러화가 오래전부터 국제통화로 자리잡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한국을 포함한 자본시장이 개방된 모든 나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8월 2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강도 긴축을 천명함으로써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강달러 현상과 각국 화폐가치 하락이 각국의 자본 유출 우려와 경기 침체로 이어져 결국 미국이 경기 침체를 전 세계로 수출한다는 비판이다. 사실 16일 막을 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모인 각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강달러가 위협하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표명했다.

예를 들어 대외 채무가 1580억 달러에 달하는 이집트는 올해 자국 통화의 가치가 20%나 급락해 달러 기준으로 갚아야 할 빚이 20%나 늘어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럽도 에너지 위기에 더해 강달러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 역시 고환율 속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등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더해 고금리 현상은 부채 비율이 높은 한국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지도층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강달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세계경제는 걱정된다”며 자국우선주의 태도를 분명히 했다. 또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물가 억제를 위해 여전히 할 일이 많다”면서 “복합 위기 해결을 위해 각국이 집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경기 침체를 수출하고 있다”며 “나머지 세계를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그리스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장기간의 코로나19 충격으로 세계 공급망이 붕괴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국제 무대에서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하는 미국이 자국우선주의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세계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 모든 문제가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해야 하는 파월 의장의 통찰력과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이러한 사실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의 행동과 비교해보면 분명해진다. 세계 대공황 전문가로 잘 알려진 버냉키는 금융위기가 경제 대공황으로 발전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통화 공급을 충분히 해줘야 하며 이러한 작업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실제로 구현시켰다. 그 결과 금융위기는 대공황으로 발전되지 않았고 위기 상황에서 통화 확대론을 성공적으로 펼친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반면 파월은 상황 변화에 대한 인식도 느림은 물론,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도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학자가 아니라 투자은행가 출신인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확대 통화정책을 구사해 경제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재임에 성공했지만 최근 새로운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예측하지 못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파월의 연준이 최근에는 너무 급하게 금리를 올려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1년 전 연준은 우리에게 가파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나 우리는 지금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빠르고 가혹한 금리 인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자들의 견해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야기된 세계경제의 비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 속히 파월이 미국우선주의를 넘어 전 세계적 안목에서 통화정책의 기조를 새롭게 설정하고 주요 선진국들이 이를 함께 추진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적극적 역할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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