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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넘어 열나면 강남맘도 갈곳없다" 소아응급실 3곳 중 2곳, 문닫아

강남세브란스, 24일부터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야간진료 중단

소아청소년과 기피과로 전략하며 전공의 지원율 나날이 급감

24시간 소아 응급진료 가능한 병원 전국적으로 29곳에 그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면서 24시간 이용 가능한 소아응급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늦은 밤 아이의 열이 오르는데 해열제도 듣지 않을 때.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애 태우는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데 야간이나 휴일에 영유아가 진료를 받을 소아응급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 급감으로 야간 진료에 투입될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소아청소년과 기피로 인한 진료체계 붕괴가 이미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날 밤부터 소아청소년과의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한다. 중증 외상 등 소아외과 질환을 제외한 만 16세 미만 환자의 진료시간을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로 변경하면서다.

병원 측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정원은 12명. 1~4년차 전공의를 연차별로 3명씩 뽑는다. 하지만 현재 심야시간대 응급실 진료에 투입 가능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는 3명에 불과하다. 3, 4년차의 경우 정원을 채웠지만 1, 2년차는 0명이다. 지난해 전공의 모집에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고 올해 지원한 1명은 최근 병원을 떠났다. 정원 미달인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고강도 근무를 이어오던 중 더이상은 기존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정원 미달로 전공의와 교수들이 돌아가며 야간 당직을 선지 1년이 넘었다"며 "어떻게 해서든 소아응급실 진료를 유지해보려 했지만 의사국가고시 일정상 4년차들도 더이상은 야간 당직을 소화하기 어려워지면서 부득이 심야시간대 소아응급실 진료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직을 서는 날엔 24시간 가까이 진료를 봐야 할 정도라 외래 진료나 수술에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환자들의 중증도, 이용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주간 진료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소아청소년과가 기피과로 전락한 데 따른 진료체계 붕괴 위기가 현실로 나타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만의 사정만은 아니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달 1일부터 외상 환자를 제외한 소아 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중단했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응급실을 찾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외래에서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연계하지만, 오후 5시 이후나 주말, 공휴일에는 인근 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4년째 0명이었다"며 "상주하던 전문의마저 병원을 떠나면서 더 이상은 소아응급실을 운영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수련병원 80곳 중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와 전문의에 의한 소아 응급진료가 24시간 가능한 병원은 29곳(36.2%)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야간 또는 공휴일에 소아 응급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전체 26곳 중 9곳(34.6%)에 그쳤다. 수련 병원 3곳 중 2곳에서 사실상 소아 응급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 이후 필수의료 확충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필수 진료과의 인력부족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진료과별 전공의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37.3%에 그쳤다. 핵의학과(18.8%) 다음으로 지원율이 낮다. 지난해 지원자가 정원에 미치지 못한 진료과는 소아청소년과, 핵의학과를 비롯해 병리과·흉부외과·방사선종양학과·가정의학과·비뇨의학과·산부인과·외과·진단검사의학과 등 10개에 달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전공의 지원이 미달된 진료과가 8개에서 10개로 오히려 늘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원 기피가 심회되고 있는 필수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강보험 재원 조정 뿐 아니라 별도의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소아응급실과 신생아, 소아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소아과 기본진료비를 인상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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