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역사' 英학술원 회원에 권헌익 교수, 韓학자 최초 선정

亞냉전을 인류학 관점으로 접근

"英 연구에 목소리 낼 것" 기대 커

[영국 학술원 웹사이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Lucy Williams photography/영국 학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20년 역사의 영국 인문·사회·과학 국립 학술원에 한국학 학자가 처음으로 회원으로 선정돼 영국 내 한국 관련 연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 인류학자인 권헌익(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그동안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올해 영국학술원(British Academy)에 회원(Fellow)으로 선발됐다. 학술원 가입 행사는 4일 런던 시내 학술원 건물에서 개최됐다.

1902년 설립된 영국학술원은 국내외 총 회원 약 1400명이며 영국에서는 매년 최대 52명을 신규 회원으로 선발한다.



케임브리지대는 올해 권 교수를 포함해 교수진 5명이 신규 학술원 회원이 됐다고 공개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사회인류학 석좌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 그리고 아시아의 냉전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실증적 현장 연구자로 명성을 쌓았다. 권 교수는 “한국인으로 처음이면서 한국학 연구자로서도 처음 영국학술원 회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연구를 인정받았다는 점과 함께 앞으로 한국학 등 아시아학 연구 방향을 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앞으로 학술원의 인류학·아시아학·현대사 관련 3개 위원회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학술원에서 영국 국가 연구비를 배분하는 일과 앞으로 인문·사회 연구의 향방을 선도하는 일도 관여하게 된다. 그는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를 하다 보니 유례없이 여러 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프랑스·독일과 비교해 영국은 한국학 연구가 약한 편인데 앞으로 학술원에서 영국이 한국의 지적 전통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지에 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세계인류학과 한국학 분야 주요 상을 휩쓸어왔다.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종교인류학적으로 접근해 유족들의 문화를 연구한 ‘학살, 그 이후’로는 ‘인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인류학회 기어츠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동남아시아 연구 부문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조지카힌상을, 2019년에는 저명한 프랑스 구조주의 인류학자의 이름을 딴 클로드레비스트로스상도 수상했다. 이 밖에도 미국 아시아학회 제임스팔레상(2022년), 대한민국의 경암학술상(2016년)과 세종문화상(2019년) 등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