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대일 칼럼]차별적 병역특례 대신 모병제를 도입하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병역특례는 일부에만 허용된 특권

평범한 사람들에겐 기회조차 없어

42만명 월 300만원 주면 연 15조

소모적 논쟁 없이 감당가능한 수준





최근 BTS의 진이 자진 입대를 결정하면서 BTS의 병역 특례 논란은 종식됐다. 그러나 그 논란의 출발점에는 병역 특례의 본질이 임의적이고 차별적인 포상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1973년 도입된 병역 특례는 국위 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를 대상으로 하고 예술 분야는 클래식 음악, 무용 및 국악으로 제한해 운용돼왔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이 BTS를 위해 특례 대상의 기준을 바꾸자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 BTS의 활약과 인기가 이런 주장이 나올 만큼 대단하다는 점은 분명하고 그러한 활약에 국가가, 정부가, 우리 국민이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은 것도 인지상정이다. 다만 그럴 때마다 병역 특례가 단골 메뉴로 떠오르다 보니 그 제도 자체가 차별이 돼버린 것이다.

젊은 예술·체육 특기자들이 경력 단절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병역 특례는 국가권력이 임의로 선정한 일부에게만 허용하는 특권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반민주적이고 차별적이다. 국가대표라면 누구나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에, 그리고 자신을 위해 최고의 성과를 얻고자 청춘을 불사르며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가 주어지고 종이 한 장 차이로 메달을 따지 못하면 국위 선양에 실패한 그저 그런 선수 가운데 하나로 잊힐 뿐이다. 그들의 좌절감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도 없지만 이런 차별은 그 자체가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런데 더 심각한 차별은 산업 현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을 지향하며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에게는 아예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법제상 “경력 단절을 감안해줄 만큼 국위를 선양한 국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개인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국가와 경제에 기여하며,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동등하게 개인의 존엄성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이다. 병역 특례에 의한 차별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자신의 저서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에서 이미 지적하고 있듯이 국회에서 의결된 법과 제도라고 해도 자동적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례는 오히려 국회가 국민 개개인의 존엄성에 자의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차별 행위를 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줬다. 정작 BTS는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그 팬심이 자신에 대한 표심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하는 정치적 계산이 차별적 법 개정 주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우리가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에 배치되는 차별적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반면 BTS 진의 자진 입대 결정은 “과연 BTS야”라는 탄성이 나올 만큼 때 묻지 않은 우리 젊은이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병역과 관련된 불공정 시비가 빈번한 우리 사회에서 특례 제도는 또 다른 시빗거리가 될 우려가 높다. 국민 개병제하에서는 병역 특례가 국가권력이 선심 쓰듯 베푸는 포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병제를 도입해 경제 효율성도 개선하고 이런 소모적인 논쟁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 모병제는 군 복무를 의무가 아니라 직업 선택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이 각자에게 더 적합한 방식으로 국가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다. 병역을 국가권력이 경우에 따라 임의적으로 부과하고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복무를 판단하는 가장 공정한 제도인 것이다. 모병제로 42만 명의 사병에게 월 300만 원의 급여를 추가로 지급한다면 15조 1000억 원이 소요되고, 이는 2022년도 국방 예산의 28%, 전체 예산의 2.5% 수준이다. 모병제로 경제 효율성과 형평성이 모두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까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