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지(22·NH투자증권)에게는 ‘대형 유망주’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아마추어 시절 통산 13승을 기록하며 이름을 날렸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임희정(22), 유해란(21)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다. 큰 기대를 모으며 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입성했지만 생애 첫 우승은 빨리 찾아오지 않았다. 동갑내기 친구인 박현경(통산 3승)과 임희정(5승), 조아연(4승)보다 데뷔도 늦었는데 우승까지 늦어지니 마음만 급해졌다. 서러울 때도 많았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고 그 결과 올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5차 연장 끝에 정상에 올랐다. 3년 만에 꽃을 피운 정윤지를 18문 18답으로 만났다.
-2022년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해일 것 같아요.
△데뷔 후 목표는 3년째 똑같았어요.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뜻깊은 한 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쉴 틈 없이 바쁘게 달려온 한 해였어요.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23일이 생일이네요. 한 해 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싶나요.
△저를 위한 선물은 이미 줬어요. 하지만 밝히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뭔가를 공개적으로 말하면 꼭 취소되는 상황이 나오더라고요. 다른 걸 말씀드리자면 다음 달 말에 호캉스를 계획 중이에요.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65타)를 쳐서 호텔 스위트룸 1박권을 받았는데 언니와 함께 가기로 했어요.
-5월 첫 우승 후 삶이 달라졌나요.
△당연히 달라졌죠. 우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이전까지는 매년 시드 걱정을 했는데 우승을 하면서 2년은 보장이 됐으니까요. 무엇보다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우승 당시에는 경기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연장까지 시간을 다 합하니 7시간이 넘었더라고요. 제가 중계방송에 오래 나오는 바람에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유명한 동기들로 인해 상대적으로 서운함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동기들이 워낙 유명해요. 저는 친구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죠. 친구들과 같이 다니면 사진 요청이 들어올 때가 많은데 제가 선수인지 모르시고 촬영을 부탁하는 분들도 종종 있었어요.
-첫 승 이후 꾸준히 순위권에 들고 있는데 두 번째 우승은 언제 볼 수 있을까요.
△첫 우승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 정도는 안 걸렸으면 좋겠는데 제가 지치기 전에는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올해 안에 꼭 2승을 안 해도 괜찮아요. 내년에도 기회가 있기 때문에 내년을 더 준비한다는 생각입니다.
-첫해 총상금 1억 원대, 지난해에는 3억 원대, 올해는 현재 기준 6억 원대의 상금을 획득했어요. 내년은 올해보다 2~3배의 상금을 기대해도 될까요.
△목표를 상금 금액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순위로 봤을 때 내년에는 상금 톱5 안에 드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시안게임 때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했지만 우드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들었어요. 우드가 여전히 자신 있는 클럽인가요. 아니면 자신만의 무기가 생겼나요.
△그것도 저의 문제예요. ‘잘하는 게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이거다’라고 말하면 꼭 안 되더라고요. 우드가 자신 있다고 인터뷰한 뒤에 우드가 또 안 맞더라고요.
-골프 외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태민을 좋아해요. 쉬는 날 태민의 영상을 찾아보고는 해요. 공연을 직접 가서 보고싶기는 한데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에는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휴대폰으로 봤어요.
-골프를 하면서 힘든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힘들었던 순간은 생각해보면 많아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면 어떻게 이겨냈는지 딱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저한테는 아직 풀어야 하는 숙제예요.
-하루 동안 완벽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우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거예요. ‘덕질’을 하고 마음껏 잠도 자고 싶어요. 예전에는 쉬는 날마다 밖에 나가서 놀았는데 지난해부터 밖이 싫어지더라고요. 나가기까지 과정이 너무 귀찮아요.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하고싶다’ 하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는.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모태솔로’라서….
-정윤지에게 ‘롤모델’ 박성현이란.
△너무 멋진 존재예요. 아우라도 넘치고 저에게는 연예인이죠. 구미 현일고 선배님이기도 해요. 2017년 모교 방문 행사 때 제가 학생 대표로 꽃다발을 건넨 적도 있어요. 지난해 BMW 챔피언십에서 다시 만나 ‘학교 후배입니다’라고 말하고 사진도 찍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자신의 가장 큰 매력은.
△옷을 잘 입는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주로 스포츠 브랜드 의류를 좋아하는데 독특하게 입는 편이에요. 힙한 스타일도 입고 믹스매치로도 많이 입어요.
-자신의 성격을 ‘소심하다’고 했는데 성격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이에요. 단점이 있다면 자기주장을 못해요. 의사를 제대로 못 밝힐 때가 많아요. 장점은 말을 아끼게 된다는 것이에요.
-MBTI는 뭔가요.
△ISFJ(용감한 수호자)요.
-누가 뭐라 해도 ‘이것만은 꼭 지킨다’는 게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무조건 스트레칭을 해요. 30~40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웅크리고 자는 게 심해서 목이랑 승모근 쪽을 집중적으로 풀어요.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길을 갔을까요.
△평범한 학생이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꿈이 한의사였는데 공부를 열심히, 잘했다면 꿈을 이루지 않았을까요.
-올 시즌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70점이요. 30점을 뺀 것은 제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 때문이에요. 쇼트게임이 부족하고 퍼터 실수를 많이 하는데 골프 외적인 부분에서도 감정 컨트롤을 잘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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