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30일 서울 이태원 참사 소식을 홈페이지 톱뉴스로 긴급 타전하고 속보창까지 만들어 새로 들어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금세기 최악의 압사 사고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유력 외신들은 사전에 충분히 예고된 행사에서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데 대해 당국의 안전 조치 미흡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졌다. 미 백악관은 “필요한 어떤 지원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국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시각 30일 새벽 1시를 전후해 홈페이지 최상단에 속보창을 띄우고 제보 영상, 사진, 그래픽 등을 게재하며 이태원 현장의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동안의 전 세계 압사 사례를 전하며 이태원 사고가 2000년대 들어 최악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가장 최근의 사고는 이달 1일 133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 축구장 사태였다.
외신들은 코로나19 방역 제한이 풀린 후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행사에서 벌어진 참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NYT는 “장기간 홍보됐던 행사였던 까닭에 인파 관리와 계획 등에 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현장 앞 케밥 가게에서 5년간 일한 터키인 울라스 첸틴카야(36)는 NYT에 “많은 군중이 예상되고 있었는데도 최소한의 경찰만 동원된 것에 놀랐다”고 언급했다. 줄리엣 카이엠 CNN 재난 관련 전문가도 “서울 사람들은 붐비는 공간에 익숙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당국은 군중 규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대피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한국에서 이렇게 인명 피해가 컸던 직전 마지막 사고도 젊은이들의 피해가 컸다.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당시 숨진 304명도 고교생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고는 느슨한 안전 기준과 규제 실패를 드러냈다”면서 “이번 사고로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당국자들이 공공 안전 기준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세간의 주목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과 일본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CCTV와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은 이번 사고를 일제히 긴급 기사로 전하며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 중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사고”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신문망이 이날 오전 8시 30분께 4명의 중국인이 사망하고 2명이 경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오전 한때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이태원 사고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태원이 외국인 거주자나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라고 소개하며 “경찰 등에 의한 현장 통제가 불충분한 가운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집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상들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질(영부인)과 나는 서울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우리는 한국인과 함께 슬퍼하고 부상자들이 조속히 쾌유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두 나라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활력이 넘치며 양국 국민 간 유대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미국은 이 비극적인 시기에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한국이 필요한 어떤 지원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국 수도 서울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중국 정부와 인민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시하고,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불행히도 중국 인민 몇 명이 숨지거나 다쳤다”며 “한국이 모든 노력을 다해 치료하고 사후 처리를 잘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른 정상들도 트위터를 통해 애도에 동참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30일 오후 12시 35분 트위터를 통해 “젊은이 등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은 것에 큰 충격을 받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고 “서울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로 많은 이들이 숨진 데 대해 깊은 조의를 전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