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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파일럿 출신' 항공 전문가… 강구영 KAI 사장, 뉴스페이스·UAM '탑건' 노린다

[CEO 클로즈업-K방산 한축 이끄는 강구영 KAI 사장]

폴란드에 'T 50' 수츨 "화려하게 포장말라"

3조 대규모 성과에도 절제의 미학 강조

'품질·가격경쟁력·납기준수' KAI만의 강점

해외 수주협상 위해 24시간 스마트폰 ON

한국형발사체 등 우주산업에 새로운 도전





“호텔 방이 너무 화려한 거 같은데 작은 방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요.”

강구영 한국항공우주(KAI) 사장은 최근 폴란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미팅 장소가 최고급 객실인 스위트룸인 것을 알고 일반 객실로 바꿀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KAI는 T 50 고등훈련기 48대(약 3조 원)를 폴란드에 수출하면서 현지 매체에 이를 설명하는 인터뷰를 마련했다. KAI 직원들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수출 성과를 알리기 위해 다소 화려한 배경에서 현지 매체와의 미팅을 추진했지만 강 사장은 과한 포장을 자제하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강 사장이 3조 원 규모 수출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기보다 절제의 미학을 강조한 것은 그동안 KAI에 굴곡과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항공기 국산화의 선봉에 선 KAI는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부, 삼성항공우주산업이 합쳐 탄생한 기업이다. 수주 물량 부족과 수익 모델 부재에 더해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마련된 고육책이었다. 1999년 설립 당시 KAI는 항공기 날개를 제조하는 업체에 불과했지만 이제 완제기 생산은 물론 대규모 수주도 잇따라 따내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강 사장은 직원들을 다독이며 이 같은 고난의 과정을 지나가고 있다. 대규모 수출까지는 수많은 이해 관계자와 정부 당국의 노력도 있었다. KAI는 민간기업이지만 동시에 국가를 대표하는 방산기업이다. 완제기 등을 수출하려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당국과의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또 실제 수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 대 정부 간 긴밀한 외교적 협력도 필수적이다.

강 사장은 FA 50 경공격기와 훈련기 T 50을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KAI의 30년 연구개발이 뒷받침된 우수한 품질과 가격경쟁력, 한국 특유의 정확한 납기 실적을 강조한다. 최신 전투기 KF 21 보라매는 국산형 전투기로 현재 시제기 조립이 완료 단계다.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도 지난달 사천에어쇼에서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되며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KAI는 2011년 인도네시아에 T 50 고등훈련기를 수출한 후 필리핀·태국 등 아시아 지역에 주로 수출해왔다. 지금은 수출 조건이 까다로운 유럽 지역으로 훈련기 판매를 시작하며 향후 KF 21, 소형무장헬기까지 수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항공기 날개 제조사에서 세계에서도 몇 없는 완제기 수출 기업이 된 KAI 직원들과 강 사장은 밤낮 가리지 않고 수출을 위해 뛰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해외 수출 직전에는 KAI 수출팀과 지원 인력들이 24시간 근무 체제로 꼬박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다. 수출 국가들이 유럽·북아프리카 등 지구 반대편에 있다 보니 현지 근무시간에 맞춰 대응하려면 한국 시간으로 새벽까지 깨어 있어야 했던 것이다.



강 사장 역시 낮밤 가리지 않고 해외 수주를 위해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 수출팀에서 새벽이라도 전화 보고를 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군 중장 출신 사장으로서 항공기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세밀한 보고도 잘 이해하고 조언도 자주 하는 편이다.

강 사장의 핸드폰은 24시간 가동된다. 강 사장과 KAI 수출팀은 유럽·아시아 시장뿐 아니라 오세아니아·북미·남미 등 말 그대로 ‘오대양 육대주’로의 수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강 사장이 주력하는 곳은 이집트와 호주다. 실제로 8월 이집트 에어쇼에서 우리나라 공군의 ‘블랙이글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피라미드 위에서 공중 곡예를 선보이기도 했다. 피라미드 위에서의 공중 곡예는 이집트 입장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이집트 군 당국자와 KAI 관계자들이 만나 경공격기 FA 50에 대한 소개도 진행했다. 이집트 공군의 고등훈련기 사업은 2023년 기종 선정을 목표로 한다. 호주 역시 최근 경공격기 수요가 발생하자 강 사장도 우리 군 당국과 이집트·호주 시장 개척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방산 무기로 퀀텀점프를 일궈낸 강 사장의 시선은 또 다른 미래 성장 먹거리를 찾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방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수년 전까지만 해도 먼 미래로 여겨지던 우주산업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한화그룹(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KAI 입장에서 자극제가 됐다. 이 사업은 2027년까지 누리호 발사체 4기를 반복 제작·발사하는 사업으로 과거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가 스페이스X에 기술을 이전한 사례와 같다. KAI는 그동안 누리호 체계 종합 기업으로서 6월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KAI가 제작한 국산 항공기는 전 세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뉴스페이스 분야에서는 주춤거리는 상황이다. 취임 3개월째인 강 사장은 뉴스페이스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화그룹과 누리호 민간 이전 사업 경쟁 당시 내부에서는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는 한국형발사체 사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강 사장은 지출이 막대하더라도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 사장은 우선 한화그룹의 누리호 발사를 적극 돕고 2027년 이후 나올 차세대 발사체 사업을 위한 중장기적인 준비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전통적인 항공기 중심 사업 분야도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초소형 위성 등으로 폭 넓게 가져가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강 사장은 역대 KAI 사장 중 첫 파일럿 출신 사장이다. 1982년 공군 조종사로 임관해 34년간 3000시간 비행 경력이 있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왕립시험비행학교를 졸업하고 글라이드부터 헬기·여객기·전투기·우주선까지 30여 종의 비행기를 몰아본 경험도 있는 항공 전문가다. 군 시절에는 국내 1세대 시험비행 조종사로 KAI의 T 50 개발에도 참여할 만큼 KAI와 인연이 깊다. 행시 출신이 주류였던 역대 경영진과 달리 현장과 실무에 강한 장점을 가진 만큼 항공 업계에서도 강 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KAI 직원들도 강 사장에 대한 신뢰가 깊다. 강 사장은 취임 당시 “잘못하면 내 탓, 잘되면 여러분 덕”이라며 적극적으로 도전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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