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줄 것처럼 하더니 결국 세금은 걷어가네요. 집값은 수억 원 떨어졌는데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재건축 사업 속도는 더디고 정부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 내 초기 재건축 단지를 보유한 40대 김 모 씨는 올해 종부세 고지 대상 인원이 120만 명으로 역대 최대라는 보도를 보고 이처럼 분통을 터뜨렸다. 그가 소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은 11억 원에서 14억 원 사이로 당초 정부 공약대로라면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지만 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세금을 내게 됐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올해 그의 집값 호가는 3억 원이 떨어졌다.
집값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에 참여했다면 종부세 고지 인원이 10만 명 더 줄어들 수 있었다며 ‘남 탓’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현 정부의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세금을 줄여줄 것처럼, 재건축 사업 속도를 빠르게 앞당겨 줄 것처럼 호언장담해 놓고 손에 잡히는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1주택자의 재산세가 지난해와 똑같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실상을 뜯어보니 저가 1주택자의 재산세는 상한선인 10%까지 늘었다. 정밀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말만 해놓고 정작 구체적인 안은 연말이 다 돼가도록 내놓지 않고 있다. 종부세를 내는 인원은 역대 최대 규모인 데도 오히려 1인당 부담은 줄었다며 사실상 ‘정신 승리’를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납세자들만 고통받고 있다. 사실상 최후의 저항 수단이었던 종부세 위헌 소송 등도 이미 물 건너갔다. 11월 말 종부세 고지서 발송 전에 위헌 소송 결과를 바랐던 납세자들은 법원의 판결이 늦어지며 내년 5월은 돼야 위헌 청구 결과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만큼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등 정부의 보다 민첩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 자극을 우려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납세자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