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두뇌’를 장악한 퀄컴과 ARM이 나란히 기대 이하의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간외거래에서 급락했다. 미국발 관세 여파로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감소가 예상되는 와중 인공지능(AI)에 시장 관심이 쏠리며 반도체 업계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30일(현지 시간) 퀄컴은 올 2분기(회계연도 3분기) 매출 103억7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 2.77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103억5000만 달러, 2.71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3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각각 107억 달러, 2.85달러로 월가 예상을 소폭 상회했다.
나쁘지 않은 실적에도 퀄컴 주가는 시간외에서 5%대 하락했다. 스마트폰 관련 매출이 부진한 탓이다. 퀄컴은 2분기 스마트폰 부문에서 전년 동기보다 7% 늘어난 63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이 예상하던 64억8000만 달러를 밑돈다. 퀄컴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아온 차량·커넥티드 기기(IoT) 분야에서 각각 21%, 24% 늘어난 매출을 보고했으나 관련 부문 매출을 합해도 26억 달러 상당으로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에 미치지 못한다.
같은날 퀄컴 등이 제조하는 모바일AP 원천 지식재산권(IP)을 지닌 ARM도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ARM은 2분기 매출 10억5000만 달러, 주당순이익 0.35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 대비 매출은 1000만 달러 적고 주당순이익은 부합하는 수준이다. ARM은 3분기 매출 전망도 10억1000만~11억1000만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 역시 월가가 예상하던 10억5000만 달러 선에 머물렀다. 나쁘지 않은 실적이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시간외에서 ARM 주가는 8.5%대 급락했다. 이날 ‘어닝 서프라이즈’로 시외 10% 내외 급등한 메타·MS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AI 중심 빅테크가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수익성 강화로 이끌어내는 반면, 스마트폰 분야는 성장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율이 한자릿수에 머무는 와중,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관세 위협이 더해지며 올해 스마트폰 시장 전망은 악화일로다. 지난달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관세 영향을 이유로 2025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률을 기존 4.2%에서 1.9%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퀄컴과 ARM은 태생부터 저전력인 모바일AP의 장점을 바탕으로 사물인공지능(AIoT)은 물론 데이터센터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AMD 등이 만드는 고성능 AI 가속기에 대한 대형 클라우드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클라우드 빅테크가 자체 저전력 칩셋 설계·활용에 나서며 ARM 기반 모바일 칩셋의 장점이 희석되고 있기도 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