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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흐드러진 황금조각…선비숨결 흩날리네

◆서울 성균관의 '은행나무 단풍'

명륜당 마당에 500년 된 샛노란 거목

이황·정약용 배출 '유교의 성전' 지켜

11월 초중순 만개…만추 정취에 흠뻑

대성전 들어서니 '삼강·오륜나무'가 인사

유생 200명이 공부한 동재·서재도 눈길

북쪽 언덕에서 본 성균관 전경. 울긋불근 단풍에 푹 쌓여 있는 모습이다.




서울에서 최고의 가을 단풍 명소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곳이 종로구 성균관이고, 이곳에 있는 은행나무다.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전통 시대 ‘공부의 신’들이 모여 있었던 성균관은 더욱 매력 있게 다가온다. 성균관이 서울 내에서 가장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문화유산 중에 하나라는 점에서도 이곳을 찾는 의미는 크다.

창경궁과 서울대병원 사이의 창경궁로를 가다가 성균관입구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성균관로를 300m가량 더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왼쪽에 성균관대 표지석이 커다랗게 있다. 그 입구에 ‘성균관’이 터를 잡고 있다. 물론 성균관대는 성균관이 있음으로 인해 존재한다.

일 년 중 대부분의 시기 성균관은 문화유산 여행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궁궐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요란한 행사가 열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11월의 성균관은 다르다. 담 너머로 보이는 샛노란 은행나무 때문이다.

명륜당 마당에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다.


성균관은 전통 시대 최고 국가교육기관이었다. 고구려 태학 이래로 여러 가지 이름의 국가교육기관이 있었는데 조선 시대 들어서는 바로 성균관이다. 조선 개국 후 6년이 지난 1398년 문을 열었고 현재까지 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황·정약용 등 조선 시대 유명한 인물들은 모두 성균관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유교의 성전이기도 했다.

성균관 핵심 건물로 앞부분에 공자를 모시는 사당 ‘대성전(大成殿)’이, 뒤에는 유생들이 공부했던 ‘명륜당(明倫堂)’이 각각 있다. 대성전 마당 좌우로 성인들을 모신 동무·서무가 있고 명륜당 마당 좌우로는 유생들이 기거했던 동재·서재가 있다. 이외에 제사를 위한 부속 건물과 함께 유생들의 생활 시설들이 있다.

현재 성균관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은 3곳이다. 동쪽 유림회관 쪽에 하나, 서쪽과 북쪽에 각각 하나씩이다. 주 출입문은 동쪽에 있는데, 다만 입구 근처가 유림회관 주차장이기 때문에 다소 산만하다.

동쪽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명륜당 마당이 나온다.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마당 남쪽에 붙어 있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다. 성균관이 처음 지어질 때부터 있었다고 하니 수령이 500년 이상 된 나무다. 높이 21m에 가슴 높이 둘레가 12m다. 은행나무는 앞쪽 대성전 마당에도 두 그루가 있다. 성균관의 정문인 ‘삼문’을 사이에 두고 있다. 11월 초중순 만개한 후 비처럼 은행잎을 떨어뜨리는 이들 은행나무를 보러 온 사람들로 마당은 붐빈다.

물론 아무렇게나 은행나무가 심어진 것은 아니다. 성균관 유생들이 뿌리가 단단하고 가지가 무성한 은행나무를 모범으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성균관의 은행나무들은 모두 열매가 맺지 않는 수나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악취를 풍기지는 않는다.

공자를 모시는 대성전이 엄숙한 모습이다.


강학 공간인 명륜당이 격식있게 서 있다.


명륜당 내부의 모습. 역대로 남아 있는 편액들이 즐비하다.


성균관에는 이 외에도 흥미로운 나무들이 많다. 대성전 앞에 측백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그중 오른쪽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가지가 다섯 갈래로 나눠져 있다. 그래서 ‘오륜나무’라고 불린다. 대성전 서쪽에 있는 잣나무는 세 줄기로 자랐는데 이는 ‘삼강나무’라고 한다. 성균관에서는 나무들도 ‘삼강오륜’을 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유학은 ‘교(敎)’이자 ‘학(學)’이다. 이 때문에 유교라고도 한다. 여기서 ‘교’는 현재 우리가 아는 종교로, ‘학’은 철학이나 학문으로 번역된다. “철학이 종교가 될 수 있나”라는 의문도 없지 않지만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성균관에는 ‘교’를 위한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바로 대성전이다. 공자를 종교의 대상으로 모시는 것이다. 물론 공자가 초월적 존재는 아니다. 대성전의 편액을 보면 ‘대성’이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大聖’이 아닌 ‘大成’이다. 공자는 ‘크게 이룬 사람’이라는 의미다.

또한 유생들이 공부하는 곳은 명륜당인데 ‘명륜’의 륜은 ‘인륜’에 쓰이는 글자로 ‘윤리’나 ‘도리’로 번역된다. 즉 공부라는 것은 인간의 도리를 밝히려는 목적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대의명분이 유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신념을 더 강하게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생들이 기거하며 공부하는 명륜당 서재의 모습.


명륜당 동재가 정갈하게 정리돼 있다.


성균관의 부속 건물로 대성전 마당 양쪽에는 동무와 서무가 있다. 공자 외 유교 성현들의 위패를 모셔뒀던 곳인데 현재는 비어 있다. 대신 이들의 위패는 현재 모두 대성전에 공자 위패와 함께 있다.

방문객들의 흥미를 더 끄는 것은 명륜당 마당의 양쪽에 있는 동재와 서재다. 성균관이 한창일 때 이곳에서 공부하는 유생들이 200명이나 됐다고 하는데 동재와 서재는 이들이 기거했던 방이다. 다만 명륜당 마당으로 보이는 것은 동재와 서재의 창문이고 방의 출입문은 반대 방향으로 나 있다.

이 외에 주요 건물로는 식당인 ‘진사식당’, 책을 보관했던 ‘존경각’, 제사 그릇을 보관했던 ‘제기고’, 향과 축문을 뒀던 ‘향관청’, 관리나 노비들이 살았던 곳 등이 있다. 성균관 입구에는 ‘말에서 내릴 것’을 요구하는 ‘하마비’가 서 있다. 뒷면에 1519년 글자가 있는데 제작 연대가 있는 하마비로는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 중에 하나다.

글·사진=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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