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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너지 테러…혹한의 겨울 맞은 우크라이나

러 기간시설 파괴…점령지 탈환 기쁨 금세 신음으로

“수복지 생존투쟁…키이우도 샤워·요리·핸드폰 사치”

‘시리아 도살자’의 전술…국제사회, 러 전쟁범죄 규탄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주민들이 비영리 비정부기구인 월드 센트럴 키친(World Central Kitchen)으로부터 음식을 배급받고 있다. 2010년 유명 셰프 호세 안드레스가 설립한 월드 센트럴 키친은 자연재해 발생지역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이어 지역 요리사들과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헤르손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시민들이 국제 자원봉사자가 나눠주는 의약품을 받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지난 11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점령지였던 헤르손을 약 8개월만에 수복했다. 헤르손 로이터=연합뉴스


기간시설을 파괴하는 러시아의 전술로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혹한의 겨울을 맞게 됐다. 전력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겨울 혹한이 완연해지면 대규모 인도적 참사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 주요도시 주민에게도 생사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닥쳐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서 보급 차질을 겪으며 수세에 몰리자 지난달 중순부터 전략을 바꿨다. 격전지가 아닌 후방 주요 도시의 민간 기간시설을 미사일로 타격해 주민의 생활 여건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은 현재 북부 하르키우주, 동부 돈바스(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남부 헤르손주 등 3개 전선에서 지속된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이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북부의 수도 키이우, 서부 르비우 등 전국 주요 도시에 미사일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미사일 90여발을 주요 도시에 발사해 올해 2월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 공습을 자행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는 난방, 전기, 가스, 물 공급을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과거 시리아 내전에 독재정권의 편을 들어 개입했을 때 반군을 상대로 사용한 전술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지휘봉을 잡은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은 시리아 내전에서 그런 전략을 사용해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렸다.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얼마 전에는 첫눈까지 내린 우크라이나에서 주민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주요 점령지를 탈환하는 등 전투에서 일부 승리가 있었지만 기쁜 기색은 잠시일 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헤르손 출신의 언론인 빅토리아 노비츠카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집에는 빛, 물, 난방이 없다”고 말했다. 이달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탈환하면서 겨우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으나 전력공급이 없어 도저히 살 수 없는 집이라고 털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국군의 헤르손 수복에 광장을 가득 메운 축하 행사는 추위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대신 거리를 채운 건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음식과 물을 받으려고 지원단체에 매달리는 주민들의 필사적인 장사진이었다고 한다.

전쟁 초 전화를 겪은 뒤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여겨진 수도 키이우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국 복스는 수도 키이우 주민이 휴대폰을 언제 충전해야 하는지, 샤워는 언제 해야 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놔야 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아파트 주민은 경우 갑작스러운 단전으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출 것을 대비해 엘리베이터에 음식, 물, 기저귀를 비치해두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구조 없이 긴 시간을 버텨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온 대책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 1000만 명 이상이 단전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키이우를 비롯해 오데사, 빈니차, 수미 등 기간시설 파괴에서 안전한 곳이 별로 없는 형국이다. 실제 이들 지역 주민은 집 안에 있지만 밖에 있으나 똑같은 추위를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 속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건 사치가 된 지 오래다.

밤이 되면 전등이 아닌 촛불로 겨우 빛을 밝히고 가스를 이용한 요리를 하는 건 ‘운이 좋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주민은 증언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겨울철 우크라이나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러시아의 이 같은 계획을 ‘에너지 테러’로 규정했다.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도 지난주 “적은 우리 도시의 난방과 전력, 물을 차단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며 “전력과 물이 없으면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우크라이나는 계속되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발전기, 외투, 물 등 공급 노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을 이용한 난방 대신 땔감을 태워 추위를 이겨내라는 조언도 있지만 애초에 난로가 없어 사실상 실행 불가능한 계획이라는 평가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민간인들에게 자행하는 이 같은 행위를 전쟁범죄로 지적한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을 해치거나 민간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는 전쟁범죄로 나중에 국제법정에서 처벌될 수 있다. 로즈메리 디칼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 사무차장은 지난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의 공습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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