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중략)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김소월, 진달래꽃)
평범한 넥타이를 거부해 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에는 시(詩)가 적힌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글자가 적힌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4일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 이 총재가 취임한 이후 기준금리는 1.50%에서 3.25%로 1.75%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총재 가운데 가장 빠른 인상 속도다.
통상적으로 한은 총재가 금통위 당일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하면 금리 인상을, 파란색 넥타이는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전임 총재들이 이같은 해석을 피하면서 한동안 한은 총재의 넥타이는 주목 받지 못했다.
이 총재가 취임한 이후 종종 특이한 문양의 넥타이를 착용해 왔으나 글자가 적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달래꽃의 ‘사뿐히 즈려밟고…’ 구절을 비춰볼 때 금리 인상의 고통을 본인이 짊어지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확한 의미는 오전 11시 10분부터 진행되는 간담회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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