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심사가 여야 간 신경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양당 지도부들이 ‘네탓’ 공방을 벌이는 사이 정작 예산 심사는 공전만 거듭하며 올해도 법정 처리기한(12월 2일) 내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진 모습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예산안 처리가 곧 민생이라며 야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정 위원장은 “새해 예산안을 법정 기한 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로 민생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 정부 예산안에는 복지망 확충을 위한 예산이 다수 편성돼 있다”며 “서민 경제를 어루만지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예산안이 신속히 본회의를 통과하고 현장에서 조기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의 수정안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예산안 심사에 나서는 국민의힘의 태도가 전혀 급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마치 가짜 엄마 같다’고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여당이 노력을 해야 되는데 야당에게 그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며 “자식은 죽든 말든 재산에만 관심 있는 가짜 엄마 같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서 증액은 못할지라도 옳지 않은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의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예산안 심사가 양당의 기 싸움으로 확전되는 가운데 이날 예정된 예결위 예산소위(예산안조정소위)는 여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국토위·정무위 등 일부 상임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이 처리돼 예결위로 올라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증액하면서 규제혁신추진단 등 윤석열 정부 공약 사업은 감액한 것이 논란이 됐다.
여기에 대통령실 예산을 담당하는 운영위에서도 약 46억 원 가량 감액된 안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하면서 대치 정국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여야의 예산 관련 핵심 인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비공식 협의체 ‘소(小)소위’를 통한 밀실 심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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