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에서 전기차 택시가 건물 외벽과 충돌하면서 운전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7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9시 31분쯤 경북 영주시 하망동 한 상가 건물 외벽에 돌진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차에서 불이 나 운전하고 있던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주변에 주차된 차량용 블랙박스와 인근 CCTV에는 화염이 수 초 만에 택시 전체를 뒤덮는 장면이 포착됐다. 주민이 30초 만에 달려와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으나 손 쓸새 없이 번지는 불길에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고 한다.
소방차는 사고 신고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관 41명, 소방차 13대 등 동원됐지만 불은 전기차 전부와 3층 건물 일부를 태우고 나서인 오후 11시 23분에야 완전히 꺼졌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70대 운전기사는 숨졌다.다음날 오전 3시까지 안전센터 관계자 10여 명 등이 배터리 냉각 및 재발화 여부를 지켜보고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당시 출동한 소방관이 물을 뿌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흰 연기만 피어오를 뿐 불길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통상 일반 자동차 화재는 30분이면 진압이 된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전기차 화재 때 차량 전체를 덮어서 소화하는 '질식 소화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도내 질식 소화포는 30개가 배치됐는데도 이번 사고에는 사용하지 못했다. 사고 차 안에 요구조자인 운전기사가 탑승했기 때문이다.
불이 난 전기차 주변에 수조를 설치해 열 폭주를 막는 진압 장치 '이동식 침수조'는 도내 하나도 없었다. 소방당국은 이동식 침수조가 있었더라도 이번 화재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경북도소방본부 대응예방과 관계자는 "이동식 침수조는 화재 진압이 아닌, 진압 이후 안정화 단계에 차를 평지인 공터로 이동시킨 뒤 설치해야 하는데 화염이 너무 세서 견인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안에 사람까지 있어 차를 들어 올리기 위한 견인조차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4일에도 부산 강서구 남해고속도로 서부산톨게이트에서 주행하던 전기차가 요금소 인근 충격 흡수대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뒤 전소해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사고 차량의 불길이 꺼지지 않아 소방 당국이 수조를 만들어 차량 전체를 담그는 방식으로 7시간여 만에 불을 끄기도 했다.
한편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전기차 화재 사고는 총 45건이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로 발생한다. 충격에 배터리 분리막이 찢어지면, 음극과 양극이 접촉해 과열 상태가 된다. 그 열로 전해액이 기체 상태로 변해, 배터리 내부 압력이 과도하게 높아져 외부로 분출하며 화재가 발생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 수백개가 모여 한 팩을 이루는데 이 가운데 한 셀에서 합선이 일어나 열폭주가 시작되면 다른 셀로 불이 순차적으로 옮겨붙으며 또 다른 열폭주를 일으킨다. 겉에서 불씨가 사라져도 내부의 불씨가 새로운 열폭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전기차에 난 불을 끄기 어려운 이유는 배터리가 금속 케이스로 덮여 있어 일반적인 소화제가 침투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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