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환율·에너지 등 불안 산재로 스타트업계도 투자 유치가 하늘의 별따기다. 스타트업들의 투자난이 어이지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전략적 투자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금은 약 3816억 원으로 올해 처음 5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직전 월(8628억 원) 대비 56%, 전년 동기 대비(2469억원) 대비 39% 줄어든 수치다.
더불어 정부의 벤처 투자 방침도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2023년도 모태펀드 예산을 올해(5200억 원)보다 40% 가까이 삭감한 3135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최근 내놓은 벤처 투자 확대책에도 세금 감면 혜택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와 민간 모두 움츠러든 상황에서 업계내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전략적 투자자들(SI)이다. 이들은 주력 비즈니스를 비롯해 관련 사업 영역에서 시너지를 목적으로 스타트업 등 기업에 투자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투자가 어렵긴 하지만 재무 흐름이 좋고 시너지 효과가 확실하다면 오히려 지금 시기 투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적자원(HR) 테크 기업 원티드랩(376980)은 올해만 세 건의 스타트업 투자를 단행했다. 이직 연계 플랫폼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일정을 예약하고 관리해주는 솔루션 ‘되는시간’의 운영사 ‘왓타임’, 워크숍 추천 플랫폼 ‘위버’ 운영사 위버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원티드랩 관계자는 “원티드랩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투자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며 ”스타트업 투자를 미래성장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보고 투자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전략적 투자자는 산업 성장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한다. 관련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기술 생태계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플랫폼 경제의 경쟁력 강화 및 상생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련 기업의 기술 공유, 기업 투자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본업인 게임을 너머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컴투스(078340) 그룹 역시 콘텐츠 분야에 잇따라 투자하며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콘텐츠 지식재산(IP) 기반 컴퍼니 빌더 ‘콘텐츠테크놀로지스’에 전략적 투자를 시행했다. 콘텐츠테크놀로지스가 20개 이상의 콘텐츠 스타트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양사는 향후 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웹3 웹툰 플랫폼 ‘하이퍼코믹’에 투자해 향후 자사 블록체인 플랫폼 엑스플라(XPLA)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도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는 스타트업 양성조직인 D2SF(D2 스타트업 팩토리)가 주도한다. D2SF는 자금경색이 심화된 올해 하반기에도 꾸준히 스타트업 투자를 단행했다. 올 2분기 이후에만 크리에이터 테크 기업 ‘빅크’, 대체불가능토큰(NFT) 자산관리 서비스 운영사 ‘컨택스츠아이오’, 패션 특화 3D 시뮬레이션 기업 ‘지이모션’ 등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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