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반도24시]적극적 대북 소통의 기반 확대가 필요한 때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경제성장·국가안보 내세운 김정은

남한과 대화 피한채 원색적 비난만

중·러 뒷배 믿고 적화통일 야욕 우려

北과 '평화번영의 길' 소통 나서야





21세기, 특히 2010년 이후의 시대적 상황을 묘사하는 용어는 다채롭다. 미국과 중국의 견제적 갈등 관계를 묘사하는 ‘신냉전 2.0’을 비롯해 인터넷 등의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은 ‘4차 혁명 시대’,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자연재해나 코로나19 등과 같은 전염병 등의 위협을 포괄해 표현하는 ‘글로벌 복합 위기’ 등.

이 같은 21세기적 양상이 20세기의 관점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점에서 21세기는 ‘상정외(想定外)’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1년 일본의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그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태라고 할 수 있다. ‘동일본대지진’은 수차례의 번복 끝에 최대 9.0의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에 따른 쓰나미의 규모도 초기 예측으로는 5m에서 6m 정도였지만 이와테현이나 후쿠시마현과 같은 주요 피해 지역에서 실제로 관측된 높이는 8m에서 9m 정도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10m를 훨씬 뛰어넘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5m 정도를 상정해 대비했던 후쿠시마 원전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하겠다.



여전히 우리의 삶을 어렵게 하는 ‘코로나19 사태’도 이러한 ‘상정외’의 예라고 하겠다. 처음 코로나라는 단어를 접하게 됐던 2019년 말이나 2020년 초의 시점에서는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다거나 전파 속도가 느리다거나 공기 중 감염은 되지 않는다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었다.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에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정외’의 상황은 자연재해적인 측면에서만 국한돼 일어나지 않고 정치나 외교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위기도 이러한 ‘상정외’의 상황이라고 하겠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건과 죽음에 대해 ‘국장’으로 치른다는 결단을 내린 것까지는 좋았지만 ‘국장’의 타당성부터 문제시됐고 그에 더해 통일교와 자민당의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기시다 총리의 지지도는 현재까지도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냉전기적 상황을 보수적 관점에서 헤쳐 나간 아베 전 총리를 헌창한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범행의 동기나 정치적 파장에 대한 고려가 뒤따르지 않음으로 벌어진 상황이라고 하겠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전쟁으로까지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발생전의 지배적 관측을 볼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우크라이나인의 저항 의지를 간과한 푸틴의 인식 부족이 빚어낸 ‘상정외’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당면한 대북 정책이나 그에 따른 남북한 관계도 이러한 ‘상정외’의 상황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병진 노선’에서 보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을 위한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를 원한다면 현 정권이나 그 전의 보수 정권들이 제시하는 대담한 제언들이 결코 나쁘지 않을 터인데 전혀 상대하려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색적 비난만을 일삼고 있다. 이는 대체로 남한 정부, 특히 보수 정권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거나 다른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의 신뢰 부재라고 한다면 어쨌든 만나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따라서 경제 성장과 국가 안보라는 목표 외에, 또는 그 달성을 위해 예전부터 지닌 ‘적화통일’의 야심을 여전히 갖고 숨기려 하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의 대북 관계 이슈를 ‘상정외’로 제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전과 달리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민본주의나 전통적 가치를 내세우며 ‘평화’를 주장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옆에 있고 이에 동조하는 분열된 국내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방 후 한국이 추구하고 달성한 자유민주주의와 인본주의가 안정적인 평화 번영의 길이라는 믿음을 북한을 포함해 국내외적으로 발신해야 한다. 그러한 믿음의 기반을 확충하는 데 있어서는 적극적이며 포용적인 소통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정외’의 시대인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