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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38%만 '근무시간 만족'…"필요할땐 더 일하고 보상 받아야"

■현장 목소리 반영한 노동개혁 권고안

노사자율 바탕 근로시간 유연화

호봉제→직무·성과급제로 개편

중기 임금체계 구축 지원 제안도

노동계 "장시간 노동 심화" 반대

새로운 노동법제 안착이 관건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에 대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들이 젊을수록 직무와 성과에 따라 보상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합니다.”(IT 업종 근로자) “선택근로제를 도입한 후 직원들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으니까요.”(IT업종 다른 근로자)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에는 공정한 보상과 근로시간 선택권을 근로자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연구회는 다양한 근무 환경에 맞게 일의 양을 정하지 못하고 성과와 무관하게 근속 연수에 따라 연봉이 오르는 상황을 해결하는 게 노동 개혁의 일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근로자가 새로운 노동법제와 환경에서 제대로 된 보상과 근로시간 자율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회가 이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제안한 권고문은 크게 근로시간·임금으로 나뉜다. 근로시간은 노사의 근로시간 자율권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주(週) 단위로만 관리할 수 있었던 연장근로 단위를 최대 연(年) 단위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방안대로라면 노동계에서 장시간 근로를 걱정할 만큼 특정 기간 업무 집중이 가능하지만 그동안 주52시간 근로제의 획일성을 지적해온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환영할 만한 대책이다.

연구회는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처럼 주52시간제도 아래 발생한 근로시간 부족을 보완할 제도 역시 개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연구회가 9~10월 근로자 3026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38.1%만 ‘현재 일하는 시간이 적합하다’고 답했다. 당시 조사에서 유연근로제에 대해 여성과 젊은 세대의 만족도가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1960~1970년대처럼 한 공장에서 함께 일하고 퇴근하는 산업화 시대가 저문 것처럼 새로운 일터에 맞는 근로시간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회에 참여한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근로시간 총량 규제 논의는 문재인 정부 당시 주52시간제로 일단락됐다고 본다”며 “근로시간 선택권을 높여주면 일하고 싶을 때 일을 해 효율성 제고, 근로시간 감축 효과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회는 정부에 호봉제에서 직무·성과급제로 변화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 기반 마련을 제안했다. 기업 내 공정한 보상 시스템 확대,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 구축 등이 권고안에 포함됐다. 연공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는 대기업 10곳 중 6곳꼴로 도입한 한국의 기형적인 임금제도다. 연공형 임금체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든 원인으로 비판 받는다. 적용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 자체가 높아 기업의 신규 고용 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 근로자 간 임금 불평등이 지적돼왔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고용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임금이 100일 경우 중소기업 임금은 56.3%에 그친다. 남성 대비 여성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이 열악한 처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 중 하나로 연공형 임금체계가 지목된다. 문제는 한국 노조 조직률이 14%대에 불과해 중소기업 대부분 노조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부분 기성세대가 노조원이다. 노조를 중심으로 연공형 임금체계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연공급 체계는 노동시장의 주류인 젊은 세대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임금체계가 부재한 다수의 중소기업을 위한 임금체계 설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회 권고안의 성공 여부는 정부가 어느 선까지 노동계와 눈높이를 맞추고 새로운 노동법제에서 노사 균형점을 찾는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날 노동계는 성명서를 내고 연구회의 권고안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반대했다. 연구회는 연장근로를 개편한 뒤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근로시간 기록 및 관리 정착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노동계의 반응이다. 민주노총은 “권고안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노조 결성이 힘들어 사용자(사측)에 의해 노동시간이 강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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