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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UV·파운드리·소재기술 총동원…'차이나 칩' 숨통 조인다

[美, 中 반도체 '고사작전' 속도]

글로벌 10대 반도체 장비회사 중

美·日·네덜란드가 9곳이나 차지

2018년 이후 對中 제재 최고 수위

中, 수년간 1430억弗 지원 나섰지만

설비 증설·장비 국산화 등 직격탄





미국이 일본·네덜란드와 함께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 전략을 짜는 것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 외에도 우방국의 최대 반도체 생산 업체를 미국 내로 끌어들이는 등 반도체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 반도체 제재 강도를 서서히 올려왔다. 4년 전인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D램 제조사 푸젠진화와 미국 기업 간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2019년에는 중국 화웨이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어 네덜란드 ASML이 최첨단 반도체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에 팔지 못하게 한 이후 여태껏 중국 현지에 EUV 노광 장비는 단 한 대도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올 10월 미국 정부는 자국에서 만드는 반도체 장비도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강수를 뒀다. 미국 상무부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D램과 낸드플래시는 중국 현지 메모리 회사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14㎚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 장비의 수출 통제는 SMIC를 겨눈 조치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KLA 등 미국 소재 장비 업체들은 세계 반도체 생태계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식각·증착·계측 공정 구현을 위한 핵심 장비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칩 제조사들이 이들 회사와 협력하지 않으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국 장비 업체들에는 천문학적 투자를 집행 중인 중국 칩 제조사가 중요한 고객사다. 이들의 총매출 가운데 30%가량은 중국 지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자국 반도체 장비사들의 손실을 감수하고도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했다. 더그 베팅어 램리서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내년에는 미국 정부의 추가적인 장비 규제로 중국 칩 고객사에 장비를 납품할 수 없어 관련 매출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제재에 일본·네덜란드가 합류하게 되면 제재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연 매출 규모 기준 세계 10대 장비 회사 중 9군데가 미국·일본·네덜란드 회사다. 3위에 랭크된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은 반도체 노광 공정에 필요한 ‘트랙’ 장비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한 업체다. 네덜란드 장비 회사는 ASML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9위의 ASM 역시 원자층박막(ALD) 분야에서 상당히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은 장비 분야 외에 각종 공정에서 활용되는 소재 기술에서도 상당히 앞서 있다. 미국과 일본이 제재 강도를 올려 웨이퍼·포토레지스트 등 각종 소재 수출을 규제한다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 강도가 높아질 것을 대비해 갖은 수를 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수년간 1430억 달러(약 186조 원)의 예산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중국 업체들은 미국 제재가 강화될 것을 고려해 당장 설비 증설에 활용되지 않을 장비를 입도선매하기 위해 움직인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적으로 ASML 설비를 대체할 EUV 노광 장비를 개발하려는 정황도 포착된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재 여파가 내년부터 중국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YMTC의 내년 설비투자 전망치를 17억 달러로 올해 예상치인 55억 달러보다 69%나 쪼그라들 것으로 내다봤다. CXMT 역시 14억 1500만 달러로 올해 전망치인 43억 4100만 달러보다 6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은 중국 장비 규제 외에도 우방국의 유력 칩 생산 업체와 관련 업체들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시간주에 위치한 SK실트론CSS 공장을 방문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웨이퍼를 직접 살펴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다른 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공급망이 될 것”이라며 “더 이상 중국의 인질로 잡혀 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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