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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개 기업 노조 87% "외부감사 받은 적 없어"…勞 견제기능 마비

◆'노조 재정 투명성 보고서' 보니

자동차·금속노조 등 횡령 잇따라

재정운영 실태파악 위해 설문조사

자체 감사권 높아 견제 기능 후퇴

뒤늦게 노조법 개정안 입법 문턱

규제 인한 '자주권 침해'는 숙제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단 단식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A자동차 노동조합 전 간부는 “지난해 공장 점거 농성은 금속노조가 배후에서 선동해 울며 겨자 먹기로 했다”고 양심선언을 하고 “노조 임원들이 유흥비, 복권 구입비 등에 조합비 2000만여 원을 유용했다”고 고발했다. 2010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지회 전 간부는 4억 4000만 원에 달하는 장기투쟁대책기금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 결과 적발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노동법학회가 고용노동부 의뢰를 받아 2011년 12월 작성한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 확보 방안’ 보고서는 당시 노조의 비리 사건이 잇따른 데 대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노동법학회는 당시 노조 재정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355개 기업 노조 대표와 노조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87.6%가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았다. 회계감사 선출 방법을 묻자 총회를 통한 직선 선출(36.1%)과 대의원대회 선출(27%)이 가장 많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의 회계감사를 해당 노조의 대표자가 회계감사원을 통해 실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노조 간부가 회계감사 선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종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회계감사의 9.6%는 위원장이 임명했고 25.9%는 위원장이 임명한 뒤 총회 또는 대의원회 인준을 받았다.

문제는 외부 회계감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노조 스스로 회계감사 적정성에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투명성 확보 제도를 원하는 자기 모순에 빠졌다는 점이다. 노조 회계감사 평가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뤄진다’고 87%가 답했다. 그러나 노조 재정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노조원 제재(29.6%), 회계감사 결과에 대한 외부 공증 제도 의무화(14.6%)를 선택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회계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고용부에 제안했다. 독일은 노조 집행기관에 소속된 자를 감사로 선출할 수 없다. 보고서는 또 회계감사 결과를 조합원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재정 운영에 대한 조합원의 견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 노조 간부의 위법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확보를 예로 들었다.

보고서는 다만 노조의 재정 투명성 강화가 노조 자주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노조 스스로 자기통제가 어려운 상황인지에 대한 진단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노조가 법적으로 승인된 사회적 단체라는 점에서 규제 대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노조가 우리 사회 필수 구성 요소인 만큼 단체의 권력이 통제되지 않고 남용될 때 발생할 위험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보고서는 노조의 재정 운용의 문제점과 해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지는 못했다. 보고서를 만든 이명박 정부는 물론 노동 개혁을 4대 구조 개혁의 핵심 축으로 추진했던 박근혜 정부, 친(親)노동 정부로 불린 문재인 정부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과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조법 개정안이 워낙 노사 논쟁적인 이슈인 탓에 정부 의지대로 국회 입법을 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꼽는다. 더구나 친노동 정부였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동계에 불리한 법 개정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게 주된 평가다. 노조법 개정안이 가결된 경우는 제19대 국회에서 1건, 제20대 국회에서 2건, 현재 제21대 국회에서 1건뿐이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정부 여당의 노조 재정 투명화 대책 일환으로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부분 담겼다. 고용부는 “현행 법 제도에 근거해 노조 재정 투명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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