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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앞뒀는데 피임 시술?…월경과다 완화에도 도움

女 45세 전후 폐경이행기 접어들어

황체호르몬 함유된 장치 자궁내 삽입

월경량 감소·갱년기 증상 해소 효과

자궁내막증식증 예방에도 적극 권고

국내 시술 급증…50대 4년새 3배↑





#전업 주부인 최모씨(48)는 작년 이맘때부터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기 시작했다. 생리 간격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두 달을 넘기기도 하고, 생리를 시작해도 고작 2~3일이면 끝났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안면홍조와 함께 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이 잦아지고, 공들여 한 화장이 지워질 정도로 땀이 많이 나기도 했다. 주위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갱년기 증상으로 여겼지만, 세 달 전부터 생리량이 갑자기 늘어나 결국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아직 폐경할 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라며 내심 반가웠지만 출혈량이 과한 데다 생리기간이 열흘 가까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폐경이행기에는 흔히 월경량이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반대로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월경량이 증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여성호르몬이 함유된 피임 장치를 자궁 내에 삽입해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경을 앞두고 피임 시술을?” 예상치 못한 의사의 권유에 최씨는 고민에 빠졌다.

폐경은 노화로 인해 여성의 난소에서 배란 및 여성호르몬 생산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4~8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이 기간이 흔히 갱년기로 불리는 폐경 이행기다. 국내 여성의 평균 폐경 나이는 49.7세로, 45세 전후부터 폐경이행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경이행기에 접어든 여성은 신체, 정서적 변화를 통해 삶 전반에 영향을 받는다. 여성의 난소에서 생성되는 에스트로겐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 혈관과 피부를 탄력있게 만들고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월경 주기 변화 △월경량 감소 △안면홍조 △골다공증·심혈관질환 위험 증가 △수면·성생활 장애 △배뇨장애 등 대표적인 폐경이행기 증상은 에스트로겐의 기능과 관련이 깊다. 폐경이행기 여성들에게는 급감한 에스트로겐을 인위적으로 보충함으로써 이러한 증상들을 조절, 관리하도록 돕는 에스트로겐 대체 요법(ERT·Estrogen Replacement Therapy)이 권고된다. 문제는 ERT가 드물게 증상을 되레 악화시키거나 여성암을 유발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 이러한 ERT의 부작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자궁 내 시스템(LNG-IUS·Levonorgestrel-Releasing Intrauterine System)이다.

여성들 사이에서 '미레나'로 잘 알려진 LNG-IUS는 자궁 내부에 T자 모양의 피임 장치를 삽입하는 피임 시술이다. 장치 안에는 자궁 내막을 얇게 만들어 수정란 착상을 어렵게 하는 황체호르몬 ‘레보노르게스트렐’이 들어있다. 1회 시술을 통해 자궁 내에 삽입하면 5년까지 레보노르게스트렐이 일정하게 방출돼 자궁 내막 변화를 유도한다. 수정난의 착상을 억제해 피임 효과를 나타내는 원리다. 미레나는 최씨와 같이 폐경이행기에 나타난 월경과다 증상 치료 효과 뿐 아니라 ERT로 인한 자궁내막 증식 억제, 자궁내막 보호 효과를 통해 부작용을 낮출 수 있다. 국내에서 레보노르게스트렐 방출 시술용도로 허가 받은 피임 기구들 중 피임 이외의 치료 적응증을 보유한 제품은 미레나가 유일하다.



특히 폐경이행기에 동반되는 월경과다는 발생빈도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증상이다. 한 월경주기당 월경량이 80ml 이상이거나 7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월경과다에 해당한다. 호르몬 변화와 난소기능 저하가 진행되면 무배란, 무월경 빈도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자궁내막은 계속 증식하게 된다. 이 때 과도하게 증식된 자궁내막이 한 번에 탈락하면서 비정상 자궁출혈, 월경과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폐경 전 월경과다로 의료기관을 찾은 3047명 중 폐경이행기가 시작되는 45세 이상 여성이 전체의 약 70%(2138명)를 차지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가이드라인은 월경과다 환자의 1차 치료옵션으로 LNG-IUS을 권고한다. 시술이 간단하고 합병증이 적은 데다 한번 시술로 최대 5년간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근거가 반영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발간하는 저널에 따르면 LNG-IUS 시술로 최대 96%까지 월경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규칙한 배란에 대한 피임이 가능하고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에 의한 자궁내막 증식으로부터 자궁내막을 보호하고, 자궁내막증식증·자궁내막암 같은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LNG-IUS 시술을 적극 권고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피임 이외 목적으로 LNG-IUS 시술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심평원에 따르면 LNG-IUS 시술을 받은 사람은 2017년 2만4016명에서 2021년 5만998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50대 여성은 2017년 937명에서 2021년 2618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월경과다증 △생리주기당 1~2일씩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월경곤란증으로 진단되거나 △ERT 중 경구 프로게스틴 제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험적용도 가능하다.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시간 이내 혹은 수면 중에도 패드나 탐폰을 교체해야 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월경량이 증가하거나 동전 크기 또는 그 이상의 혈전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월경과다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내 여성들은 폐경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치료를 받는 비율이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소극적"이라며 "폐경은 심혈관질환이나 골다공증과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매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므로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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