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주가와 채권 가격이 이례적으로 동반 급락하면서 전 세계 국부펀드와 공적 연기금 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SWF의 추산을 인용해 지난해 말 글로벌 국부펀드와 연기금 자산 가치가 31조 4000억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조 2000억 달러(약 2800조 원) 줄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예산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부펀드 자산이 11조 5000억 달러에서 10조 6000억 달러로 9000억 달러 줄었고 연기금은 1년 전 22조 1000억 달러에서 1조 3000억 달러가 증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SWF의 디에고 로페스는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채권시장이 동시에 심각한 조정을 받은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안정적 투자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는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은 주식과 국채 등에 골고루 투자해 리스크를 분산하는데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금리 인상이 겹쳐 주식과 국채 가격이 이례적으로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9% 내렸고 미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 가격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미국채권인덱스도 13% 하락했다.
로페스는 “국부펀드 등은 장기 투자를 하기 때문에 한 해의 손실을 크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대규모 손실은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힘겨운 시간을 보낸 국부펀드 등이 지난해 기업·부동산·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금은 2021년보다 12% 늘렸다. 743건의 거래를 통한 총투자액은 2575억 달러에 달했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72건의 거래에서 390억 달러를 투자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였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 중동 국부펀드들은 급증한 원유 판매 대금으로 서방 기업들을 적극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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