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안이 나오면서 코스피지수가 가까스로 2200 선 붕괴를 면했다. 장중 2~3%가량 떨어졌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보합 수준까지 오른 채 마감했고 반도체 장비주는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의 매도 가능 물량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데다 개인들의 반대매매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대장주인 원익IPS(240810)는 전날보다 700원(2.84%) 오른 2만 5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케이씨텍(281820)(3.03%), 피에스케이(319660)(2.66%) 등 다른 장비주도 반등에 성공했다. 온기는 소재·부품주로도 번지면서 원익QnC(074600)(3.26%), 원익머트리얼즈(104830)(2.55%), 하나머티리얼즈(166090)(2.50%) 등 역시 수혜를 함께 누렸다. 장중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면서 3%대의 낙폭을 보이던 SK하이닉스는 낙폭을 크게 줄이며 0.13% 하락에 만족해야만 했다.
반도체 관련주의 약진 배경은 정부가 발표한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이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의 연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15% 상향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은 현행 16%에서 25%로 세액 공제율이 증가한다.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공제 혜택이 주어져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의 세액 공제가 가능해진다.
이에 장 초반 크게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급반전에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9포인트(0.31%) 내린 2218.68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와 기관의 프로그램 매도 규모가 커지면서 장중 2180 선까지 지수가 밀리기도 했다.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하면서 SK하이닉스·삼성중공업·SK·SK텔레콤 등 일부 대형주들은 신저가를 쓰면서 무너졌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코스피는 장중 상승 반전하기도 하면서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삼성전자가 장중 한때 1.8% 떨어졌으나 -0.18%(5만 5400원)로 장을 마쳤고 SK하이닉스는 -3.4%까지 급락했으나 종가는 -0.13% 하락한 7만 5600원을 기록했다. 박소현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투자금의 최대 3분의 1가량을 세액 공제로 돌려받게 되는 셈”이라며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초반 지수가 크게 밀린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급이 꼽힌다. 연말 배당을 노리고 순매수 규모를 키워온 기관투자가들이 순매도세로 전환한 것이다.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7일까지 5거래일 연속 2조 7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배당락일 이후 4거래일 연속 2조 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지수 하방 압력이 큰 상태다. 우선 기관투자가들의 대량 매도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하순 이후의 수급을 살펴봤을 때 여전히 매도 가능 물량은 7000억 원어치가 남아 있다. 아울러 신용 융자 담보 비율 완화와 반대매매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지수 하락에 의해 개인들의 반대매매 매물이 출회할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수급이 너무 얇아졌고 매수 주체가 부재하면서 금융 투자 매물에 힘없이 지수가 밀려나고 있다”며 “아직 7500억 원 규모의 잠재적인 매도 물량이 남아 있어 수급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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