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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20년 만에 드러난 '보조금 복마전'…"제3의 워치독 신설해야"

배원기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무엇이 문제인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실이 전수조사와 보조금 지원 체계를 재정비한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비영리 민간단체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른 단체와 민법에 따른 단체로 나뉜다. 대통령실이 발표한 대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동안 지급한 정부보조금 31조 4000억 원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법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결국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과 민법 등 서로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되면서 지원금을 받은 단체에 대한 검증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셈이다.

우선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 제정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생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 단체가 정부보조금에 의존해 자생력을 잃어버리는 기현상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부보조금에 의존한 단체 등의 설립으로 인해 단체의 순수성과 회계 투명성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 때문이다. 1만 5000개가 넘는 비영리 민간단체 중 과연 얼마나 많은 단체가 회원들의 회비로 자체 운영이 가능한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에 정부가 민법과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한 지원 체계를 정비할 때 설립 요건부터 지원 요건 등에 대한 광범위한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 1.5만개 넘어…7년간 31조 지급

유명무실한 회원 등록해 부정 수급

순수성·회계투명성 등 도마에 올라

부처·지자체·관련법령 따라 제각각

설립·평가 공개 등 지원체계 일원화

스스로 재원 충당 단체만 지원토록

일본처럼 '공공지원요건' 도입해야

특정정당 지지 정치활동 단체 말소

현장 실사·내부건전성 점검도 필요



우선 현행법상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하려면 100명 이상의 상시구성원(회원)이 필요한데, 정부 지원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위 사람들을 회원으로 등록해 놓고 등록 이후에는 휴면 회원이 되는 사례, 즉 유명무실한 회원으로 100명을 채우는 곳이 많다. 실제 지원법상의 지원을 받기 위해 명목상의 회원제도를 만드는 곳도 있다. 따라서 실제 회비를 내는 사람만 구성원(회원)으로 판정해야 한다. 단체는 매년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원으로서 회비를 내는 정회원을 확정하는 절차를 가져야 하고 등록을 주관하는 관청에서는 2~3년 등 일정 기간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단체는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말소해야 한다. 따라서 100명 이상의 상시구성원 요건을 실제 회비를 내는 ‘정회원’ 100명 이상으로 민간단체지원법을 수술해야 한다.

둘째, 비영리단체들 스스로 정부 돈은 ‘쌈짓돈’이라고 생각해 정부에 의지하는 자세를 버리고 회원들의 자체 회비나 후원금의 비중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정부보조금을 받거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는 회비를 내는 정회원의 수를 100명 이상으로 바꿔야 한다. 일본에서는 세제 혜택 단체의 요건으로서 기부금 수입이 경상수입의 20% 이상이거나 또는 연간 기부금이 3000엔(약 3만 원) 이상인 기부자가 연평균 100명 이상일 것이라는 이른바 공공 지원 요건(Public Support Test)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도 정부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체의 요건으로서 이런 공공 지원 요건을 도입해야 한다. 정부가 간접비용을 지원해주지 않는 현행 규정을 바꿔 간접비용도 지원해달라는 요구가 상당히 많다. 간접비용을 지원해주지 않는 현실에서 어떤 단체는 사무실 임차료 등에 충당하고자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지출 금액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 세금계산서 금액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보조금을 유용해 단체 운영비로 충당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한다. 스스로 재원을 만드는 단체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 및 각 지자체는 지원을 받은 단체에 대한 평가 방법과 공개 방법 등을 통일해야 한다. 실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경기도·인천시·경상북도 외에는 공개된 평가보고서를 찾을 수 없다. 평가 공개 시기도 제각각이다. 서울시는 2018~2020년 3개년의 공익활동 지원 사업평가 결과와 정산 내역을 지난해 10월 4일에 일괄 공개했다. 물론 2021년 사업평가는 아직도 공개가 안된 상태다.

넷째, 평가보고서와 보조 집행 내역은 행안부와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 외에 보조금 수령 단체의 홈페이지에 공개해 민간의 감시를 받도록 해야 한다. 사업보고서를 1~2명의 공무원이 심사하는 것보다는 서울시와 같은 공개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가 있다.

다섯째, 행안부 이외의 다른 중앙 부처에서의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규모나 선정 절차, 사업평가도 지원법의 규정에 따라 공개돼야 한다. 2022년 9월 30일 현재 비영리 민간단체의 등록 수는 중앙 부처 1740곳, 지자체 1만 3694곳으로 전체 1만 5434곳이다. 문제는 현행 지원법은 행안부 이외의 중앙 부처 지원에 대한 규정이 없어 다른 국고보조금 방식으로 집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 외의 중앙 부처에서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규모나 구체적인 지원 사업 및 평가에 관한 것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여섯째, 비영리 민간단체 활동을 빙자해 정치 활동을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는 등록 관할 관청이 등록을 말소해야 한다. 현행 지원법상의 비영리 민간단체는 ‘사실상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 또는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의 후보자나 정당을 추천하거나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의 규정이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 법령에는 ‘주된’이라는 단어가 없어 우리보다 더욱 엄격하다.

일곱째, 지원법뿐만 아니라 다른 법령(국고보조금 등)에 의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사업의 사업 선정, 사업수행평가 및 평가보고서의 공개도 일원화돼야 한다. 2020년에 사회적 이슈가 됐던 정의기억연대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아니라 민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서 정부보조금을 받았는데 지원법 이외의 다른 법령에 의한 보조금의 평가보고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2만 7215곳이라는 숫자가 나오는데 이는 지원법에 의한 비영리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정부보조금을 받는 기타 단체(협회·재단·연맹·복지시설 등)를 포함한 숫자다. 시민단체의 정부보조금 문제는 비영리 민간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법 등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및 정부보조금 관련 법령 전반의 관리 및 감독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영리 민간단체 및 비영리법인의 설립 허가 및 감독 업무가 각 부처에 산재돼 있고 각 부처에 비영리 섹터 전문 공무원이 없는 점을 개선하려면 공익위원회를 신설해 비영리 섹터의 업무를 위원회로 통합해 비영리 섹터를 지원하고 감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영리 섹터 전문 공무원도 육성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정치적 간섭 제거와 비영리 공익법인 감독의 중립성을 위해 자선위원회(Charities Commission)나 공익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시도를 비영리 섹터에 배정하는 모든 정부보조금 배분에 적용해볼 만하다.

여덟째, 정부보조금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서면 심사 및 신청자의 프레젠테이션에만 의존하지 말고 담당 공무원 및 보조금 사업선정심의위원들이 직접 신청자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성실한 보조금 사업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를 제안한다. 그 단체 리더의 성실함(Integrity)과 내부통제 등 조직의 건전한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

아홉째, 비영리단체와 회원들은 비영리단체 실무자 및 전문가들이 모인 공익네트워크 ‘우리는’이 만든 체크리스트를 통해 단체 스스로 우리 단체가 건강한 단체인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 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기부금(후원금)을 모금하는 비영리단체들의 조직 건전성에 대해 제3자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을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정부보조금을 받는 단체들도 자체적인 평가 이외에 제3자 평가를 받아 우리 단체가 건강하고 건전한 단체인지를 대외적으로 입증해 보기를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일부 단체의 탈법이나 일탈 행위를 전체 비영리단체의 부정행위로 매도하지 않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영리단체의 부정이나 횡령이 보도될 때마다 다른 선량한 비영리단체의 기부금도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는 하는데 빈대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외양간을 태울 수는 없다.




배원기 교수는…삼일회계법인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KPMG삼정회계법인에서 근무한 회계 전문가다. 2005년께부터 우리나라 비영리 회계제도의 개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현재는 홍익대에서 비영리 회계 강의를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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