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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호소에서 입양 안 한다"는 이유[지구용]

'어웨어' 동물복지 인식 설문조사… "복잡한 입양 절차·질병 우려"

"펫숍 없애자" 76.7% 찬성… 국민의식은 선진국, 법·제도는 뒤처져

사진, 일러스트=박희민 디자이너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홈페이지, 인스타)의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른 동물단체처럼 직접 동물들을 구조하고 보호하진 않지만 동물들의 지위 향상과 복지 강화를 위해 조사하고 연구하고 정부와 국회에 제안하는 비영리단체. 그 일환으로 최근에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했는데, 예상과 꽤 다른 결과들이 나와서 지구용사님들께도 전해 봅니다.

◆어떻게 조사했냐면


2000명 대상으로 표본 조사. 이 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응답자 비중은 36.2%. 응답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당연히 성별, 연령대, 학력, 소득수준, 정치적 성향까지 조사했는데 가구 소득과 반려동물 양육 비율이 비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보호소 입양을 꺼리는 제일 큰 이유


우선 응답자 중 반려동물과 사는 분들을 대상으로 물어봤습니다. 입양 출처 중 가장 높은 비중은 지인 무료 분양(38.2%)이었고 그 다음이 펫숍(24.1%), 길에서 구조(13%)했다거나 지인으로부터 유료 분양받은 경우(10.8%)도 은근히 많았습니다. 동물단체 등의 민간 동물보호소, 지역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해 온 경우는 각각 4.3%와 3.2%로 상당히 낮았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대목. 앞으로 또 입양하더라도 ‘지인 무료 분양’을 희망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17.9%), 지역 보호소는 17.6%, 민간 보호소 15.2%, 펫숍 8.8%순. 보호소를 택하겠단 비율이 생각만큼 높진 않아서 놀라웠고, 첫째는 펫숍에서 데려왔지만(위에서 언급된 24.1%) 둘째도 펫숍을 택한 응답자는 8.8%에 그쳤단 점이 놀라웠습니다. 아무래도 반려동물과 살다보니 펫숍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높아진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번듯한 펫숍 뒤에는 항상 참혹한 번식장과 경매장이 숨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경기도 연천의 한 ‘합법 번식장’ 풍경. 개들의 몸집에 맞지 않는 뜬장, 뜬장 밑에 쌓인 분뇨, 바닥의 쥐 사체 등 규정 위반 사항이 여럿이었지만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해 11월 연천군청의 협조를 구해 이 번식장을 폐쇄하고 80여마리의 개들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어웨어는 보호소 입양을 택하지 않은 응답자들에게 다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입양 방법이나 절차가 어려울 것 같다(48.2%·이하 복수응답)”, “질병이 있을 것 같다(36.6%)”는 답변이 월등히 많았고 “행동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33.8%)”, “어린 동물이 없을 것 같다(29.3%)”, “원하는 품종이 없을 것 같다(28.1%)”는 순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형주 어웨어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현재 정부는 보호소 입양을 늘리려고 주로 입양비를 지원하는데 틀린 방법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정작 반려인들이 걱정하는 건 입양 절차의 복잡성, 질병이란 답이 나왔으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호소 전반의 환경과 복잡한 입양 절차 개선, 민간보호소 신고제 도입과 최소한의 관리 기준 수립, 보호소 동물들의 행동 교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활성화 같은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설명해 주셨습니다.

우리도 동물복지 선진국 돼봅시다


그리고 또 놀라운 부분은, 응답자 중 무려 76.7%가 펫숍 등의 동물 판매를 제한하는 데 찬성했단 점. 동물 학대자의 동물 소유권 박탈에 찬성하는 비율도 98%나 됐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전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 아닐까요? 이 대표님도 “국민 의식을 입법부와 정부 기관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어웨어 덕분에 알게 된 해외 사례들은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관리 의무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해서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만이 동물학대로 간주됩니다. 겉으로 보이게 다쳤거나 아프지만 않으면 한겨울에 풀어 키우든,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든 동물 학대가 아닌 겁니다. 반면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그늘 제공 및 기후(추위와 더위)로부터의 보호, 음식과 물 공급뿐만 아니라 미용과 발톱 관리, 아프거나 부상당한 동물의 관리, 쉴 곳 제공, 줄에서 풀어두어야 하는 시간 등 세세한 의무 사항과 권장 사항을 명시해뒀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그러니까 별다른 질병이나 상해가 생기지 않아도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님(왼쪽)과 박진화 연구원님.


해외의 반려동물 등록 제도도 국내 도입이 시급해 보였습니다. 내년부터 펫숍에서의 동물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미국 뉴욕시는 이전부터도 반려동물 등록과 중성화가 의무였고, 중성화한 동물의 등록 비용을 깎아주는 식으로 인센티브(요건 미국 대부분의 주가 마찬가지)를 준다고 합니다. 또 모든 개는 공공장소에 있을 때 목걸이에 등록 인식표(매년 새로 발급)를 부착해야 한다, 는 등의 엄격한 규정도 있습니다.

오늘 레터에서 딱딱한 말과 숫자들을 걷어내 보면 동물을 아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구나 싶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런 조사 결과는 동물을 위한 법을 고치고 새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단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앞으로도 지구용사님들의 많은 관심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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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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