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음에 따라 횡령·배임 및 대북 송금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우선 그룹의 실소유주인 김 전 회장을 상대로 복잡하게 얽힌 회사 자금 흐름부터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날 김 전 회장을 구속한 후 첫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수원지법 김경록 영장전담 판사는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공여,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회장의 사촌 형인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도 함께 구속됐다.
검찰은 최대 구속 기간인 20일간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김 전 회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구속적부심 청구 등 이변이 없다면 구속 기간 만료일인 2월 5일 전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은 쌍방울 수사와 관련해 2개 팀으로 나눠 각각 횡령·배임과 대북 송금, 남북 경협 비용 대납 의혹을 쫓고 있다. 우선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횡령·배임과 관련한 자금 흐름 전반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쌍방울 비리 의혹은 4500억 원으로 추정되는 범죄 수익이 여러 갈래를 거쳐 뻗어나가 또 다른 혐의를 형성하는 구조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640만 달러 대북 송금 의혹이나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에 3억원 뇌물 공여 혐의 등은 횡령·배임의 일부 용처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다만 쌍방울이 전환사채(CB) 거래 및 주가조작 등 유통 구조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자금 흐름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북 송금과 뇌물 의혹 등에 대해서는 핵심 인물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이 전 부지사 등을 기소하면서 어느 정도 실체 파악이 이뤄진 상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회사에서 빼돌린 돈의 종착지 등을 캐물으면서 퍼즐을 맞추듯 각각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번 구속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용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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