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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대신 공감력으로 현대인 아픔 보듬죠"

■'마음보듬사' 직업 만든 이재동 봄그늘협동조합 대표

절망감을 소통·치유능력으로 바꿔

익명 보장되는 '블라인드' 접촉으로

고정관념 없이 진솔한 상담 가능

고용 안정성 확보 후 분야 넓힐 것

이재동 봄그늘협동조합 대표




“시각장애인들은 후천적 요인에 의해 시각을 잃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천적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보다 절망감이 더 크죠. 이들이 교육을 통해 좌절감을 극복하면 뛰어난 공감과 치유 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열망을 전문화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입니다.”

시각장애인 특화 직업 ‘마음보듬사’를 만든 봄그늘협동조합의 이재동(사진) 대표는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시각 장애를 부정적 요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능력으로 승화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늘진 마음에 봄을 가져오겠다는 뜻과 그늘진 곳을 본다는 의미를 담은 ‘봄그늘협동조합’은 2017년 시각장애인에게 제대로 된 직업을 주자는 목표를 갖고 서울대 재학생들이 세운 사회적기업이다.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껏해야 안마업 정도가 알려져 있을 따름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비장애인 고용률은 72.5%지만 시각장애인은 43.1%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 스스로 장애 탓에 업무를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이나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상실감에 빠진 이유다.

이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갖게 된다면 일부 고용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전문성’이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가진 공감·소통 능력에 전문적인 교육을 더하면 훌륭한 상담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봄그늘이 주목한 것은 시각장애인들이 시각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소통하는 상황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상대방도 대화 당사자가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시각이 좋지 않으면 소리만 듣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청각 민감성이 누구보다 뛰어나다. 이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경청하기 때문에 뛰어난 공감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익명성과 소통 능력이야말로 이들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동 봄그늘협동조합 대표




현대인에게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직장 생활 초중반에 해당하는 25~39세의 스트레스 인지도는 무려 34~35%에 달한다. 50대 이상이 20%대 초반에 그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음보듬사’와 이들이 진행하는 ‘블라인드 마음보듬’ 서비스는 시각장애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는 목적하에 탄생했다. 물론 이들의 전문성이 정신과 치료만큼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럼에도 비장애인과의 대면과 비대면 상담을 통해 치유의 기회와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열 차례 정도 상담을 받은 고객이 후기를 통해 상담으로 나도 모르던 나의 모습을 보게 됐고 그동안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심정을 토로했다”며 “어떤 고객은 일상 속에서도 온전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상담사 역시 직업 활동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이 대표는 “이전에는 시각 장애를 부정적이라고만 생각했던 한 마음보듬사가 얼마 전 ‘장애가 역량으로 승화됐다는 점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소통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1억 5000만 원의 투자 유치도 받은 봄그늘은 얼마 전부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을 접고 기업 관련 서비스에만 집중하는 게 그 시작이다. 회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주 대상이기에 상담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영역으로의 도전도 생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각장애인의 고용 안정성 확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확인되면 청각 장애 관련 직업 개발 등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빛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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