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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파리에서 잠들다…딸 "엄마는 반짝이는 빛"

파리 성당에서 90분간 장례 미사…인근 납골당 안치

남편 백건우·딸 진희 씨등 60여명 참석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뱅센의 성당 앞에서 고(故) 윤정희의 장례 미사 후 가족들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연합뉴스


영화배우 고(故) 윤정희의 장례 미사가 열린 프랑스 파리 외곽 뱅센의 한 성당에서 고인의 유해가 담긴 목관이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영화배우 고(故)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30일(현지시간) 반평생을 살아온 프랑스 파리 인근 뱅센에서 영면에 들었다.

고인의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7)와 딸 진희(46) 씨, 진희 씨의 아들 등 유족은 이날 오전 뱅센 노트르담 성당에서 고인을 떠나보냈다. 진희 씨는 가족과 지인 등 60여명이 참석한 이 날 장례 미사에서 연단에 올라 프랑스어로 추도사를 낭독하기 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고인의 친구 2명에 이어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진희 씨는 "나의 어머니는 나의 정신적인 구세주였다"며 "손을 놓아주겠으니 하늘에서 평안히 지내달라"고 말했다.

진희 씨는 '엄마(Oma)를 위한 기도'라는 제목 아래 써 내려간 추도사에서 "나의 엄마는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반짝이는 빛 중 하나였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항상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버지의 손가락이 흐르는 물과 같다고 끊임없이 말해왔다"며 "음악은 어머니의 영혼과도 같았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는 진희 씨는 2019년부터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는 고인을 돌봐왔다. 고인이 잠들어 있는 목관은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 작품 48에 수록된 제7번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성당에 들어와 지인들이 보낸 꽃으로 둘러싸인 안치대에 놓였다. 장례식은 고인의 손자이자 진희 씨의 아들이 목관 옆에 놓인 촛불에 불을 붙이며 시작됐고, 조문객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와 관에 성수를 뿌리며 마무리했다.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이어진 미사가 끝나고 고인의 유해는 화장터로 옮겨졌고, 그 사이 백건우와 딸 진희 씨 등은 성당 지하에서 조문객들과 인사를 했다. 백건우는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차의 문이 닫히고 나서도 곧 눈물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봤고, 차가 코너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눈길을 떼지 못했다.

화장을 마친 유골은 이날 오후 4시께 성당 인근 묘지 납골당에 안치됐다. 납골당에 유골함을 넣고 문을 닫을 때는 백건우, 딸 진희 씨 등 가족과 이창동 감독 등 소수만이 함께했다. 납골당에는 고인의 이름, 태어난 연도와 사망한 연도(1944∼2023)가 적힌 금빛 명패가 붙었다. 그곳에는 '윤정희'가 아니라 '미자 백, 구성(舊姓·결혼 전 옛 성)은 손'이라고 프랑스어로 적혀있었다. 프랑스에서 결혼한 여성은 남편의 성을 따른다.

백건우는 묘지 앞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우리가 삶을 받아들이듯,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참 중요하다"며 “그걸(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장례 미사에는 딸 진희 씨와 성년후견인 소송으로 갈등을 겪던 고인의 막냇동생 손미현 씨도 참석했으나, 백건우나 진희 씨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는 미현 씨는 연합뉴스와 만나 큰 언니의 별세 소식을 기사로 접했고, 장례식 장소와 시간도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왔다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장례식에는 유족과 친지 이외에 고인의 마지막 출연작이 된 영화 '시(詩)'를 연출한 이창동 감독과 최재철 주프랑스 한국 대사, 이일열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 등이 참석했다.

1960∼1970년대 한국 영화를 화려하게 수놓은 1세대 여배우였던 고인은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다 지난 19일 파리 외곽의 한 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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